적막강산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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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시집
저자 이형기
출판사 모음출판사
출판일 1963년

작품해설

1963년 모음출판사에서 간행한 이형기의 첫번째 시집.

존재의 무상감이나 허무를 주로 그리고 있다. 그 허무를 대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는 초연함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존재의 허무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면서도 결코 격한 심정으로 다루지 않고 담담하게 처리한다. 곧, 감상성이나 감정적 서술을 배제한 채, 존재의 소멸을 절제된 태도로-담백한 수채화의 필치로 그려낸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 「비」의 일절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적막강산에 비 내린다.

늙은 바람기(……) 풍경은 정좌하고 산은 멀리 물러앉아 우는데 나를 에워싼 적막강산”. 이 시에서 인생은 무언가 쓸쓸하고 무상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삶의 덧없음을 마주하여 그를 달관하는 초연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적막강산』에 수록된 시들은 대부분 생의 근원적인 고독을 소재로 하여 이를 통어하는 초월과 달관의 세계를 그려 보인다. 관조적인 서정의 이 세계는 시인이 청록파의 영향을 받은 바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시집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부드럽고 쉽다. 조형적인 비유가 없이 평면적이며 서술적인 이미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시의 분위기 또한 조용하고 침잠된 느낌을 자아낸다. 시인은 이 시기에 가을, 저녁, 노을, 일모 등의 시어를 애용하며 조락과 소멸의 시간들을 정관적인 태도로 응시하는 자세를 드러내 보인다. 그 정관적인 응시를 통해 시인의 내면은 빈 공간으로 열리면서 그 자리에 사물이 가득 채워진다. 외부 세계를 부드럽게 수용하여 거기에 동화되어 가는 이러한 태도가 시인의 시 세계에 고요함과 차분함을 부여하고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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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권영민 대학교수, 문학평론가

    1948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버클리에서 한국문학 초빙 교수를 역임했다. 1990년 현대문학평론상, 1992년 김환태평론상, 2006년 만해대상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외에도 서울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 현대문학사』, 『우리문장강의』, 『서사양식과 담론의 근대성』, 『한국 계급문학 운동사』, 『한국 근대문학과 시대 정신』, 『월북 문인 연구』, 『한국문학 50년』, 『윤동주 연구』, 『작은 기쁨』 『문학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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