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주범? 에어컨은 억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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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8.16. 오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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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전기 먹는 하마’ 따로 있다는데…


최근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보다 전기밥솥과 냉장고, TV의 연간 소비전력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10년간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의 실제 소비전력이 크게 개선돼 최신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원전 1기 이상을 짓지 않아도 될 만큼 전기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동아일보가 2006년과 2016년에 각각 출시된 A브랜드 동급 대표 모델의 연간 평균 소비전력량을 비교한 결과 10년 전 TV(52∼55인치)는 전기 소비가 최신 제품에 비해 2.84배나 더 많았다. 가정용 에어컨(15∼16평형)과 냉장고(양문형)도 소비전력량이 각각 1.27배와 0.75배 더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에너지효율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같은 1등급 표기라도 10년 사이 가전제품의 실제 소비전력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기요금 폭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에어컨보다 냉장고나 TV, 전기밥솥의 연간 소비전력량이 더 많았다. 국내에 1348만 대가 보급된 에어컨의 연간 에너지 소비전력량은 3.2TWh(테라와트시·1TW는 1조 W)인 데 비해 전기밥솥은 연간 총 15.2TWh, 냉장고는 6.3TWh에 달했다.

한국전력이 최근 발표한 가전제품별 에너지 사용량에 빗대 추산해보면 2006년 가전을 모두 최신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9.5TWh를 절감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평균 전력공급량이 6.2TWh임을 감안하면 원전 1.5개를 짓지 않아도 되는 전력량이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에서 공업용과 상업용 전력은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는 추세여서 수요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저효율 제품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에너지 수급 정책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최근 하반기(7∼12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가전제품을 산 소비자에게 구매가의 10%(최대 20만 원)를 인센티브로 환급해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은 1393억 원을 에너지 효율 향상 사업 재원으로 출연했다.

한전의 재원 출연에 대해 일각에서 “한전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력 소비가 많아지면 한전이 급하게 비싼 값을 주고 전력을 사야 한다”며 “에너지 효율 향상 사업에 한전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전에도 이익”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등급 제품으로 교체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250달러를 지급하는 3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고효율 제품 환급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캐나다와 독일, 중국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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