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예고한 삼성전자 대응책 주목…3월16일 주주총회 관련 언급 주목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인텔이 고성장 부문인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삼성전자·TSMC 등 아시아 기업에 빼앗긴 반도체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또다시 선전포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인텔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는 '인베스터 데이 2022'를 통해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 칩인 '인텔16'도 연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자율주행과 각종 운전자 지원 기능으로 점점 고도화되는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에 가까워지면서 인텔은 자동차 생산비용 중 프로세서의 비중이 현재 4%에서 2030년 2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년 뒤에는 현재의 2배 수준인 1150억달러(약 137조5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는 초기 시장이라 성장성도 높으며 기존 파운드리 업계의 강자인 TSMC·삼성전자가 주도하는 분야도 아니다. 인텔은 이 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뒤처진 상황을 만회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잃어버린 반도체 리더십을 다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15일에는 전세계 파운드리 8위 업체인 이스라엘의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차량용 통신(RF)과 센서, 전력관리반도체(PMIC)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텔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 지정학적 요인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미국·일본·이탈리아 등 전세계 7개 생산현장을 운영하는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를 통해 지역별 생산능력까지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또 팻 겔싱어 CEO는 최근 엔비디아의 인수가 무산된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RM에 대해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된다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ARM은 전세계 모바일 기기의 약 95%가 채택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인텔이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인텔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도 차량용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테슬라·현대자동차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내재화할 것이라는 협업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1월 콘퍼런스콜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예고한 만큼 차량용 반도체 업계 강자인 독일의 인피니온과 네덜란드의 NXP 등에 대해 M&A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기준 약 124조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탄도 충분하다. 현재 시장을 석권 중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보다는 추격자 입장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 의미있는 M&A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3월 16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련 언급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