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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6화 내 첫사랑은 해피엔딩

16화 내 첫사랑은 해피엔딩2020.07.30.

#30 청첩장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커피숍 테이블 위에는 네가 놓고 간 청첩장이 놓여 있었어. 다시 볼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주머니에 청첩장을 집어 넣었어. 다시 서울행 버스를 타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 눈물과 헛 웃음이 함께 나오더라. 며칠 전까지 내 품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네가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한다니. . 제대가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 분명히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그녀의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서 나는 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어. 혹 내가 너의 비밀을 알고서 힘들어 했다는 걸 너도 눈치 챈 걸까? 내색 하지 않으려 했었지만 완전히 내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을 거야. 착하디 착한 네 성격에 내가 아파하는 게 싫어서 너는. . 그래서 원치 않는 결혼을 하려는 거야. . 날 사랑하니까.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게 이런 거 겠지 . 이 이유가 아니면 나는 너의 결혼을 납득할 수가 없었어. 내가 아는 너는 그런 여자니까. 이렇게 결론을 내고 나니. . 내 7년의 첫 사랑이 너무 아프더라. 가슴 속에 구멍이 난 것 마냥 시려 왔고. .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어. 그렇게 세상 모든 슬픔을 껴 앉은 채 제대 20일을 남겨두고 너의 결혼식장에 갔어. 말년 휴가는 너랑 보내게 될 줄 알았는데 네 결혼식을 보게 되다니. 내가 도착했을 때는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 하던 순간이었는데. . 네가 웃고 있더라.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서. . 하지만 내 기분 탓이었는지 웃음 끝에 쓸쓸함이 묻어 있는 듯 했어.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네 손을 잡아채서 같이 결혼식장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지만. . 네가 선택한 행복이 이 결혼 속에 있다면 너의 길이 꽃 길 이길. . 내 기억 속에 마지막이 될 너의 모습을 열심히 두 눈에 담아 봤어. ‘행복해 J야.’ 너를 내 마음 속에 묻고 나는 제대를 해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 갔어. 그런데 그때 IMF가 터져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우리 집 사업도 부도가 나. 집에서 보내 오던 용돈은 완전히 끊겼고, 살던 집도 옮기게 되었어. 건대 옆 고가 도로에 있던 5평 원룸으로. 거긴 너무 좁아서 화장실 변기에 옆으로만 앉을 수 있는. .그런 곳이었거든. 당시에는 오로지 ‘생존 한다.’는 게 나의 목표였고, 닥치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도전했었지. 그러다 IT 기업의 사업 기획일을 하게 돼. 박봉이었지만, 적성에 맞는 일이라 밤낮을 매달리면서 일에 매진했어. 일은 재미있었지만, 박봉이라 카드가 늘어나는 만큼 빚도 늘어나는. . 내게 과연 미래가 있을 까. .란 생각을 하던 시기였어. 이 때는 사랑도 어렵더라. 너랑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는 그 어떤 여자를 만나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무엇 하나 쉽지 않았던 때였는데, 대학 후배가 나랑 잘 어울릴 것 같다며 22살의 여대생과 소개팅 자리를 마련해 줬어. 6살이라는 나이 차도 크게 느껴지고. . 아무리 예쁜 여자를 만나도 별 감흥이 없던 때라 정말 기대 없이 약속 장소로 나갔어. 으레 여대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그녀. 큰 키에 비쩍 마른 몸매. 하얀 색 반팔 티에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서 머리에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 쓴. ‘저 학생도 참 기대없이 나왔구나.’ 싶어. “우리 초면인데 얼굴은 서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네?” “모자를 써서 얼굴이 안 보여서요.” 그녀는 약간 겸연쩍은 표정을 짓더니 모자를 벗었는데 수수하고 단정한 이목구비. 공리를 닮았어. 아담한 체격에 화려하고 또렷하게 생긴 너와는 완전 정반대의 이미지 였지. 우리는 첫 만남에서 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어. 강렬하지는 안았지만 여운이 남는 만남이었고, 그렇게 새로운 인연이 시작됐어. 우연일지 몰라도 이 여대생을 만나서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기 시작했거든. 회사에서 맡았던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면서 승진 하게 되었어. 미국에서 열린 IT 전시회에서는 많은 계약을 따내면서 일간지에 내 이름 석자가 실리기도 했고. 내가 조금 유명해지자 친구들에게서 전화 연락이 많이 오더라. 억대 연봉자가 된 거냐며. 사실 억대 연봉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 대기업 다니던 친구들보다는 훨씬 많은 연봉을 받았어. 너와 헤어지고 나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터널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는데. . 그녀를 만나고 나서는 조금. .많이 행복해졌어. 물론 내게 드리워졌던 첫 사랑의 아픔은 여전히 따라다녔지만. .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건 이 여자 친구와 함께라면 내 상처도 무뎌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는 거지.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프로포즈를 했어. 부모님들도 나 만큼 그녀를 좋아해 주셨고. 그녀랑 결혼 하고 나서 일년 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돼. 본사가 미국으로 이전하게 되었거든. 이민하고 한 동안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딸 둘이 태어났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면서 미국에서의 삶도 꽤 좋아졌어. 내 머리 위를 따라다니던 먹구름이 완전히 걷히고, 태양 빛 아래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즈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 내 페이스북이 해킹 되면서, 가지고 있던 다른 계정들을 다 살펴보다가 정말 우연히 싸이월드를 접속해 보게 돼. 한국을 떠나면서 싸이월드는 잊고 있었는데. . 사진첩에 남아있는 예전 사진들을 보다가 쪽지함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름을 발견해. 바로 S. 너의 절친이 내게 쪽지를 보냈더라. 무려 4년 전에.. ‘진짜 급한 일이야. 쪽지확인하면 이 전화 번호로 연락줘. 010-1111-2222’ 순간 떠오른 건 너였어. S와 나의 연결고리는 너 밖에 없으니까. 다급한 일이라면.. 혹시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런데 막상 그 연락처로 전화를 하려니 망설여 지더라. 널 가슴에 묻고 살고 있는데 굳이 지금 와서 네 소식을 들으면 무엇 하나 싶어서. 비겁하게도 나는 당시의 내 행복이 소중해서 네가 내 인생에 다시 들어온다는 것이 두려웠거든. 그렇게 머뭇대다가. . S에게 전화를 해보게 돼. “여보세요? S 전화 번호이죠?” “누구신지?” “어. .나. .기억해? 싸이월드 쪽지 확인하고. . 혹시 J에게 무슨 일 생긴 거야?” “아. .야 너 왜 이제서야 연락하는 거야.” “미안해. 미국에 이민 오게 되면서. . 싸이월드는 이용을 안했거든.” “그랬구나. .미국이어서. . 그럼 한국에는 이제 안 오는 거야?” “부모님 뵈러 매년 한 번씩은 가는데. . 왜 무슨 일이야?” “전화 상 이야기하기엔 말이 길 거 같아. 내용도 그렇고. .한국에 올 때 한번 볼 수 있을까?” “음. . J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긴 거야?” “만나서 이야기 하자. 그때 다 이야기 해줄게.” 내 직감은 분명 네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말했고. .가능한 빨리 한국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예정대로라면 3달 뒤에 한국으로 가려 했는데 스케줄을 조정해서 1달 뒤로 일정을 잡았어. #31내가 알던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S가 알려 준 울산의 교회로 향했어. 정말 의아하게도 S는 목사가 되어있더라. ‘여성 목사라. .’ 그렇게 까칠하고 양아치 느낌이 가득한 아이였는데. . 하나님의 가르침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니. . “멀리까지 온다고 수고했네.” 그녀의 온화한 말투가 놀라웠어. “일단 차부터 한 잔 할까?” “어. 그래.” 그렇게 우리는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 “내가 너한테 싸이월드로 쪽지 보냈을 때. . 그 즈음에 J가 죽었어.” “아니. .죽다니.. 왜?” “많이 아팠어. 너 걔 결혼하고 한번도 연락 안해 봤었니?” “어. .내가 연락 할 이유는 없잖아.” “그래. 그렇지. . 그럼 걔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구나.” “J는 행복했어?” “아니.. 전혀. . 세상의 불행이 모두 그 아이에게만 온 것 같았어.” “하. .” 꽃 길이길 바랬던 네 결혼이었는데. . 어쩌다 넌 그렇게 불행했던 걸까. “그 남편이 정말 이상한 남자 였어. 신혼 여행 가보니 호텔 방을 두개 잡았더래. 각방 쓰려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남자가 성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남자 구실을 전혀 못했다더라. 결혼 하고 나서 한 번도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하네. 아니 가질 수 없었다고 했어.”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걔가 참. . 남자 복이 없나 봐. 차라리 너랑 잘 됐으면 그 꼴을 당하며 살진 않았을 텐데. .” “음. .” “어릴 적에 걔 성폭행 당한 거 알고 있어?” “아니. 전혀 몰랐어.” “어릴 때 그런 나쁜 경험이 있어서 남자의 스킨십을 되게 두려워 했대. 너랑 오래 사귈 수 있었던 것도 네가 스킨십 잘 안해서 편했다고 하더라.” “그런 일이 있었구나. . “ 너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 같아서 정말 속상했어. 이 때 듣고 있던 모든 내용들이 마음 아팠고. “너랑 걔랑 사귀게 된 거 사실 나 때문이야. 걔가 너무 남자 멀리하니까 난 그걸 좀 고쳐주고 싶어서 너랑 사겨 보라고 옆에서 부추겼어.” “몰랐네. 전혀. . 근데 J가 아팠던 거 혹시. . 나병 때문이었던 거야?” “뭐? 문둥병 말하는 거야? 너 아직도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있어?” “지금.. 너 말이.. 내가 속았다는 거야?” “아. 어쩌냐. .너한테 미안하다. 정말로. 그거 다 거짓말 이었어.” “거짓말? 하. .” “그거 걔가.. 너 시험한 거야. 나한테 부탁하더라고. .” “네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하다는 거야. 그래서 자기 엄마가 문둥병 걸렸다고 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 지 알고 싶다고.” “뭐? 그럼 왜 나환자촌에 살았던 거야?” “J 아버지가 사업하시다가 완전 망 해서. . 사채업자들 피해서 도망 다니다가 거기서 숨어 살았다고 하더라구.” 내 나이 40대 중반. 지난 25년 동안 너의 불행이 계속 날 따라다니며 괴롭혔는데 이제 와서 그게 거짓이었다니. “나 정말 바보 같네. .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는데. .” “그때는 내가 너랑 H에게도 화가 나있던 상태라.. 그 못된 장난에 동참 했었어. . 그래도 둘이 오래 사귀길래 다 알게 된 줄 알았더니..” “한번도 J랑 그 문제를 이야기 해보지 않았어. 굳이 걔 상처를 입밖에 내서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 .” “너희도 참. .” “난 J를 버릴 수 없어서 나 제대하면 결혼하자고 했었는데. .그랬는데. .” “엥? 내가 알고 있는 거랑 다른 말이네. 너 제대하고 결혼하라고 했다던데. 너 군대 있을 때 헤어지면 힘드니까. . 그래서 J가 너 욕 많이 했어. 이기적이라고. .” “무슨 말이야. 나 제대하면 결혼하자는 말이었는데 걘 그렇게 알아 들었대? 이건 이해가 정말 안되네.” “나도 전해만 들은 거라. 본인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확인할 방법이 없구나. .” 계속되는 놀라운 이야기들 때문인지, 아니면 시차 적응이 안된 상태라 피곤해서 인지 정신이 멍 하더라. “그럼 내가 제대하고 결혼 하라고 해서 그 남자랑 결혼 한 거야? 그건 아니겠지. 왜 그렇게 갑자기 결혼 한 거야?” “너도 알다시피 J네 집이 어려웠잖아. 그래서 부자니까. .그 남자 울산에서 주유소 5개 하는 . .갑부 아들이야.” 군대 제대 후 복학해야하는 남자와 돈 많은 남자. .너 에겐 당연히 돈 많은 남자가 더 좋은 선택지 였을 거야. 그래서 그랬구나. . 네가 날 떠났던 이유는… 납득이 되었어. “넌 아팠겠지만, 여자는 현실적이잖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 남자랑 결혼한 게 J 입장에서 최선이었어.” S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내 첫사랑 키워드는 거짓과 배신이군. 내가 힘들까 봐 날 생각해서 급하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착각했네. 내가 바보고 찌질이야. 하. 참. “나 버리고 그렇게 결혼했으면 행복하게라도 살길 바랬는데. . 남편이랑은 사이가 괜찮았어?" “야 성불구인데 제대로 살았겠어? 아마 결혼 하기 전에 그렇게 걔한테 잘하고 적극적이었던 것도 다 자기한테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걸 거야.” “그게 안되니까 늘 와이프 바람 피나 의심하고 때리고. .아주 쓰레기였어.” “그랬구나. .속상하다. 정말.” “근데 그 남자 초반부터 폭력적이었던 건 아니야. 걔 임신하고 나서부터 그랬어. . .” “임신? 그게 안된다며.” “그게. .아들이 있는데. . 네 아들 같아.” “뭐? 아니. .내 자식이라고?” “너희 둘 하루 밤 보냈다며. . 걔 결혼하기 바로 직전에 너 면회하러 서울 갔었다고 하던데.” 하늘이 노랗다. 갑자기 내 아이가 있다니. . “그 아이는 지금 . .어디 있어?” “그 남자 집안에서는 대 이었다고 . . 시어머니가 딱 눈감아 줬다네. 외 아들이 고칠 수 없는 불임인데 손자가 생겼으니. .어떻게든 키우고 싶었나 봐.” “그럼 아이는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어. 근데 문제는 그 남편이 딴 남자랑 바람 펴서 자식 낳은 여자라고 엄청 괴롭히기 시작했어. 술 마시면 식칼 들고 와서 자해하려고도 하고.” “그 남편 이야기는 더는 듣고 싶지 않다.” 깃털처럼 보드랍고 천사처럼 예쁜 너를 그렇게 함부로 다루다니. . 속상해서 귀를 틀어막고 싶었어. “그래. 나도 속상해. . 술 먹은 그 인간 무서워서 애 들쳐 업고 우리 집에 도망 왔던 그 모습 생각하면. . 눈물 나.” “………” “그렇게 참고 살아서 병이 생긴 건지. . 늘 머리 아프다고 두통 있다더니 뇌종양 이었어. 수술 받고 좀 좋아지나 싶었는데. . 한달 뒤에. . 세상 떠났어. 에휴. 박복한 년.” “그랬구나. .” “걔가 죽기 전에 너한테 전해주라고 한 게 있어서.” S가 두툼한 봉투를 하나 건네 주는데 그 속엔 일기장이 들어 있었어.” “오늘 같이 걔 납골당에 가 볼래?” “그래. .보고싶네.. “ 네가 있다는 울산 근교의 한적한 납골당. . 널 마지막으로 만나는 곳이 여기일 줄이야. 무거운 마음으로 네가 있는 곳을 향했는데 단단한 체구의 대학생이 그 곳에 서있더라. 한 손에는 꽃을 든 채. “쟤가 그.. 아들이야.” S가 조용히 내 귀에 속삭였어. “이모 안녕하세요.” 우리를 향해 보며 인사하는 그 남학생을 보고 정말 놀랐어. 내 20대의 모습과 너무 닮아서. 짙은 눈썹에 날카로운 눈매. 오똑한 콧날이 돋보이는. .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그 아이의 모습을 두 눈에 담으려고 했어. 지금 아니면 또 볼 수 없을 테니까. 목소리도 한번 들어 보고 싶어서. . 질문을 했어. “지금 대학생인가?” “네 4학년이에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참아야만 하잖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았어. “이모 저 이제 가 볼게요.” “그래. 또 보자. 이모 교회로 한번 와.” “네.” 그 아이. .아니 내 아들의 뒷 모습을 보며 기약할 수 없는 인사를 속으로 했어.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복잡한 심경을 멈출 수 없었어. 너의 불행도 내 첫 사랑의 종말도, 우리의 아이도. .모든 게 혼란스러웠으니까. ‘아. .너의 일기장. .’ S에게 건네 받았던 봉투를 꺼냈고, 일기를 펼쳐서 읽어보기 시작했어. 동글동글한 네 글씨체가 빼곡한 일기장. . 1989년 5월 x일. 오늘 S가 같이 광안리 해변에 놀러가자고 했다.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뭐 나쁘지 않은 두 남자아이가 말을 걸었다. 내 친구 S는 H에게 홀딱 빠진 것 같다. 자기는 안소니 H랑 사귈 거니까 나는 반항아 스타일 K를 맡으란다. 난 알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바보 같다고 생각했어. S는 학교 밖에서만 친근하게 굴면서 남자 때문에 나를 이용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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