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조장하는 대토보상②] 민간택지 분상제로 틀어막더니…공공택지는 민간임대주택으로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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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22. 오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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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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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임대주택, 대토사업으로 기회 열려
분양가 상한제 회피 수단, 편법 분양 도구될 우려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로 확대했는데…공공택지에서 고수익 사업 추진
3기 신도시 개발과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수도권에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이러한 돈들이 부동산으로 다시 흘러들어가게 되면 유동성이 넘치고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막겠다고 마련한 정책이 '대토보상'이다. 하지만 대토보상은 규제가 거의 없다보니 토지주들의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았고, 편법의 장(場)이 됐다. 정부가 뒤늦게 법을 정비하겠다고 나섰지만, 현장은 일부 업체들의 부추김 속에 투기판처럼 변질됐다. '한경닷컴'은 합법과 불법 사이의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대토보상의 현실을 3회에 거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과천 일대에서 신축중인 아파트들.

대토보상이 도입한 의도와는 달리 일부 업체들의 배불리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들이 토지주들을 끌어모으면서 '아파트 부지를 받아 임대주택으로 허가'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O년 후 분양전환'을 조건으로 공급된다. 당장의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시세에 준하게 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 임차인으로서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면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대토보상은 공공택지지구에서만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업분석과 수익보장 홍보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대토보상,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전환 유도

지난달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지구까지 적용을 확대하는 등 가격통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공택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는 사업이 대토보상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이미 문제로 지적된바 있다. 과천이나 위례신도시 등에서는 기업들이 임대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검토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공공택지지구. 여기에는 아파트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이미 10층 이상 진행되고 있는 곳도 쉽게 눈에 띈다. 하지만 최근까지 분양된 아파트는 한 군데도 없다. 과천시 분양가 심의의원회는 지난 7월 과천지식정보타운 S6블록에 짓는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 분양가를 3.3㎡당 2205만원으로 결정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한 2600만원과 차이가 컸다. 때문에 사업시행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쉽사리 분양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공공택지내 분양가 상한제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수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리면서 땅값이 상승하고 있다. (자료 한경DB)

사업성이 맞지 않아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8년 2월 호반산업은 경기 위례신도시 A3-5블록에 들어서는 ‘위례호반가든하임’(699가구)를 일반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 조건은 ‘4년 임대 후 분양 전환’이었다. 당시 호반산업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는데다 향후 분양전환시 집값 급등기 동안 발생할 시세 차익까지 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뒤늦게 이같은 폐해를 막겠다며 제한조치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분양주택건설용지를 임대주택건설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임대의무기간이 8년 이상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기존 기업형임대 포함)' 건설용지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공공택지에서는 일반 단기 및 장기 민간임대주택건설을 금지했다는 얘기다.

◆분양전환시 미비한 법률 파고들어…"수익 보장" 장담

문제는 이러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도 의무임대기간(8년) 종료 후 분양전환에 대한 법률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와 개발업자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의무임대기간 종료후 분양전환시, 무주택 세입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법안이 입법 발의되기도 했지만 계류중인 실정이다.

최근 과천지식정보타운을 비롯해 성남복정지구, 진접2지구, 구리갈매지구 등 공공택지지구에 일부 대토개발사업자들은 아파트 부지를 받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하겠다며 토지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주택법과 상관없이 아파트를 대물로 공급하겠다는 것. 토지주 입장에서는 현실화만 된다면 차익과 아파트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보니 사실관계나 가능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토지주들이 이러한 조건을 내세우는 개발업자에게 권리를 위임하고 있다.

성남복정 지구가 대표적인 곳이다. 주민대책위의 일부 토지주들에게 아파트를 대물로 공급하겠다고 하니 사실관계 파악 없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바라보고 사업에 편승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A업체는 "아파트 부지를 민간임대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다"며 "토지보상금 원금과 토지보상금의 30%를 확정수익금으로 보장 지급하고 추가해 아파트를 대물로 지급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성남 복정지구 주민대책위원회와 대토보상 업체가 나란히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A업체는 최근 성남시로부터 주택용지의 변경허가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접수했다고 주민대책위와 일부 토지주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이는 임대주택사업을 반려한 인천이나 경기도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른 행보다.

LH 관계자는 "대토사업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받는 사례가 이번에 처음으로 나오고 있다"며 "그만큼 아직 합의되지 않은 사항들이 많다보니 수익성이나 사업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분양전환이나 분양가 산정에 대해서는 지자체와의 협의가 필요한 과정이다"라며 "토지주들이 업체들의 단정적인 말말 믿고 맡기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A 개발업체, 주민대책위와 수상한 동거

민간임대주택으로 토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A업체는 성남복정지구 주민대책위의 공식지정 대토전문회사로 알려졌다. 주민대책위와 같은 건물을 1층과 2층 사무실을 나눠 사용하면서 대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A업체를 통해서 대토보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다른 사업자들의 조건과 의견도 들어보고 싶지만, 임원들이 유독 A업체를 추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성남 복정지구 일대에는 대토보상과 관련된 업체들이 7~8개 정도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대책위는 보통 토지소유자들로 구성된다. 일부 임원들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액평가관련 사항, 이주대책수립 등을 결정하는 보상협의회에 토지소유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토지소유자들의 대표로 참여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나중에 발생할 대토 지주들의 피해를 사전 막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택지에 대토로 공급된 분양용 공동주택용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할 경우 지자체장의 건축허가 및 국토교통부의 대토보상리츠 영업인가 여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시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제한으로 인한 사업비 조달 가능 여부 △아파트 대물공급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계에서는 대토보상에 대한 제한이나 처벌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보완해 의무임대기간 종료후 분양전환시 분양가, 수분양자자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며 "주택임대사업자간 양도양수에 의한 편법 분양에 대해서도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공택지의 기본적인 취지를 살리자는 주장도 있다. 공공택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므로 분양용지에 대한 임대주택 건설에 있어서도 공공임대주택만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건설을 포함한 민간임대주택을 허가하지 않는 등 강력한 대책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계속)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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