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세대 불문 찬성이 70%
7년전 위헌 판결 받았지만
판치는 악플에 재도입 논의
中·러만 시행…표현자유 위축
일각선 국내기업 역차별 우려
`규제무풍` 해외기업만 배불려
16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찬성한다'는 응답이 전체 69.5%로 집계됐다. 24%에 그친 '반대한다'는 응답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연령층, 이념 성향, 정당 지지층과 상관없이 찬성 여론이 대다수였다. 아울러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도 1만5926건으로, 전년 대비 약 19.3%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1만4908건이었던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2017년 1만3348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이미 1만928건을 기록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된 사람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로 2007년 시행됐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돼 시행 5년 만인 2012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국회에서도 설리의 사망과 관련해 '악플방지법(일명 설리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안신당(가칭)은 이날 설리 사망과 관련해 악성 댓글 작성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인터넷상 실명제를 도입하자고 촉구했다. 이미 2017년 12월에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주장했다. 장 의원은 당시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댓글에 대한 본인 확인 조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온라인상 댓글 실명제 도입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악플러가 자행하는 인터넷상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모든 사람이 실명으로 글을 쓰도록 바꾼다면 건전한 비판이나 일반적인 의사 표현까지도 위축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위헌 판결 당시 "이용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해 의사 표현 자체를 위축함으로써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는 점을 주요 위헌 사유로 들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실명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주소(IP) 추적 등을 통해 악플러를 처벌할 수 있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중국 러시아만 시행하고 있는 실명제를 재도입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인터넷업계에서도 댓글 실명제가 시행된다면 해외 서비스로 이용자가 더욱 쏠리는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국내 기업만 법 적용을 받게 돼 구글 등 해외 사업자와 벌이는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는 역차별만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TV팟' '판도라TV' 등 국내 서비스가 우위를 점하던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인터넷 실명제 시행기간 중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유튜브에 자리를 내줬다. 또 이용자 실명 정보까지 기업에 저장·관리하도록 강제한다면 해킹 등으로 외부 유출 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경익 판도라TV 대표는 "모두 다 실명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서비스 정책부터 완전히 바꿔야 하는 큰 문제"라며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실명제를 강제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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