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다. ODS다문화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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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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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이슈는 항상 뜨겁다. 다문화 가정을 향한 배려와 관심을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마치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사는 사람 취급을 하며 험한 말을 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똑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 속에서 다문화 가정은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이다. 좋든 싫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같이 살 방법을 먼저 찾아보는 게 순서는 아닐까. 이주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며 그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ODS다문화교육연구소를 방문하여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ODS다문화교육연구소의 이나현 대표)

 

 

Q. ODS다문화교육연구소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ODS다문화교육연구소의 ODS는 한국어로는 ‘옹달샘’이고, 영어로는 ‘Our Dream in Society’의 줄임말이다. 우리는 정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꿈꾼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구를 제작하기도 하고, 결혼이주여성분들의 교육 지도사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시작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일할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3D업종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니까. 대개 사회에서는 직종에 따른 자존감과 경제적 수준 등이 그 사람의 삶과 자녀의 성장을 좌우하는데,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 좋지 못한 업종에서만 일하게 되면 언젠가 당연히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로 계층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여성들도 분명 언어나 문화적인 이해에 대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프로페셔널하게 펼칠 기회를 주고 싶었다.

 

Q. 다문화 가정 이슈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가 궁금하다.

2009년에 경력단절여성분들을 평생교육 분야의 강사로 파견하는 사업을 했다. 국내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강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는데 언젠가부터 이주여성분들이 강의를 들으러 오더라. 처음 오신 분은 필리핀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방과 후 교육 과정 중에서 수학 수업을 들으러 왔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아이가 했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여러 가지 모양’이라는 단원을 배웠는데, 숙제를 도와주다가 정답을 동그라미라고 알려주니 아이가 ‘틀렸어, 이건 원이야’라고 했다더라. 그때 일상용어와 교과서의 용어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사실은 지도사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고.

 

그다음은 한자 지도사 과정에 중국 분들이 오셨다. 주로 언어적인 측면에서 재능을 활용하려는 분들이 많다. 필리핀이나 중앙아시아 분들은 영어 지도사 양성과정을 들으시는 식이다. 언어적 재능을 활용하고 싶어도 자격증 획득이나, 이를 직업에 활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찾아오는 분들도 많았다. 그 무렵 이주여성분들과 개인적인 인연이 생겼고, 그분들의 제안으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게 됐다.

 

 

 

Q.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는지?

사실 어려운 점이라기보다는, 이주여성분들에 대한 편견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일반적인 양성과정은 ‘다문화 강사 양성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데, 우리는 ‘세계 문화 지도사’라고 이야기한다.

 

다문화 강사를 양성한다고 말하면,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다문화 사회의 이해당사자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내가 1교시에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2교시에 미국 문화를 가르쳐도 학생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오신 분이 1교시에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2교시에 중국 문화를 가르치면 사람들이 ‘왜 필리핀 사람이 중국 문화를 가르치느냐’라고 이야기한다. 교사가 아니라 다문화 사회의 이해당사자로 보는 탓이다. 이 부분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진행하는 세계 문화 지도사 양성과정은 10개국 이상의 문화 수업을 가르칠 수 있게끔 교육하고 있다.

 

Q. 현재 ODS다문화교육연구소와 함께하는 이주여성분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우선 정규직으로 4명이 근무를 하고 계신다. 현지 우리 회사는 평생 교육팀, 다문화 교육팀, 방과 후 학교팀이 있는데, 다문화 교육팀의 팀장님이 베트남에서 오신 이주여성분이다. 학교에서 수업 요청이 들어오면 프로그램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담당하신다. 중국에서 오신 분은 다문화 북아트 같은 교구 제작에 있어 작업반장 역할을 하고 계시고. (웃음) 키르기스스탄에서 오신 분은 이러한 제품들의 유통을 담당하고 계신다. 모두가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물론 일이 많다 보니 팀에 상관없이 전천후로 활동할 때가 더 많다.

 

(다문화 북아트 교구)

 

Q. 함께 하면서 성공적으로 자립하신 분들도 있나?

함께 하는 분들은 모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자녀 교육에 대한 것도 많이 고민하시고, 정치 얘기도 많이 한다. 진보나 보수 교육감에 대한 이야기들. 선거권이 있으니까. 재미있는 건 모두 한국어를 쓰는데, 하나같이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거다. (웃음)

 

이전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주로 일을 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병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아파도 급하게 퇴근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지금은 아이가 아프면 두말할 것 없이 휴가를 내고 퇴근하신다. 애가 아플 때 당당하게 휴가를 쓰고 아이를 보러 가는 것이 나도 꿈이었다. 나도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니까.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뿌듯한 일 중 하나는 이런 부분이 이주여성분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구직을 위한 문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는 거다. 심지어 유학생들한테도 연락이 오는데 이런 연락이 올 때마다 빨리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Q. 이주여성분들과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접근방식이 있는지?

사실 특별히 챙겨주는 건 없다. 물론 이주여성분들을 고용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중간지원기관에서도 다문화 여성과 함께하는 팀이 인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어떤 물건을 사오라고 지시했을 때 그냥 제품의 이름을 알려주는 선에서 그치면 안 된다. 그분들이 일일이 사진을 찍어서 우리에게 보내주고, 우리는 그걸 보고 판단해서 다시 지시하고 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핸디캡이지만, 사실 당연한 거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7년 된 사람은 우리나라 나이로 7세일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이주여성분들을 채용할 때는 한국인과 똑같은 퍼포먼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고려하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것보다 이게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Q. 작은도서관 사업은 어떤 사업인가?

작은도서관 사업은 다문화 관련 목적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아니고,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없을까 해서 진행했던 일이다. 우리나라에 사설로 지어진 작은 도서관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고, 지역에 따라 어느 곳에는 100개가 넘지만 어느 곳은 4개밖에 안되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도서관이 적은 지역에 작은도서관을 열어서 운영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운영주체를 이주여성분들이 맡게 해서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게끔 의도했다. 주민들에게 외국인이 아니라, 이웃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금은 운영을 지속하는 수준이고, 북아트 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는 편이다.

 

Q. 다문화 북아트 시리즈는 어떤 제품인가?

처음에는 세계 문화 지도사 양성 과정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다. 아이들이 대상이 아니라, 이주 여성분들이 그 대상이었던 셈이다. 한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일상용어가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었다. 조선 왕조 연표라고 하면 연표가 사람 이름인 줄 안다던가.. (웃음) 쉽고 재미있게 교육할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게 한국사 북아트였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서 다문화 관련 북아트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5개 국가 북아트를 우선 개발했고, 함께일하는재단-효성의 지원을 통해 6개 국가를 추가하여 총 11개 국가의 북아트를 제작 및 판매 중이다.

 

 

 

북아트는 국가별 종이에 그 나라의 문화와 정보가 담긴 그림을 붙이면서 완성하는 교구이다. 다문화 체험 수업을 하면 그 나라의 의상을 한 번 입어보고 집에 가는 식인데, 북아트는 집에 가져가서 계속 볼 수 있다. 실제로 교육을 들은 아이에게도 소장할만한 것이 생기는 셈이다.

 

Q. 북아트를 통해 아이들의 어떤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사실 다문화를 반대하다가 북아트를 통해 갑자기 찬성하는 일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베트남에 대한 수업을 들은 아이가 그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호기심을 갖는다는 건 그 나라의 문화를 궁금해하는 것이고, 무작정 누군가를 배척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아이들은 북아트 수업을 진행할 때는 공부를 안 해도 되는 수업이라고 즐겁다고 말하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재미있다.

 

Q. 앞으로의 ODS다문화교육연구소의 목표가 있다면?

 

매출이 크진 않지만, 기본적인 회사의 틀은 구축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발전을 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우리가 유지하려고 시작한 회사는 아니니까. 좀 더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도록 그 그릇의 크기를 키우는 게 목표다. 올해부터는 유통이나 물류 쪽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이주여성분들의 재능을 활용해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성장을 위한 발판을 힘차게 딛어볼 생각이다.

 

 

에디터 김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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