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근 절단을 슬퍼하여

哀絶陽

여유당전서 - 시문집 (시) 4권

보내기 폰트 크기 설정

요약 정약용이 1803년 유배지 강진에 있을 때 한 장정이 군정의 횡포에 저항하여 자신의 양근을 자른 일을 듣고 개탄하여 지은 시

저자 정약용
원전 서지 신조선사본 여유당전서 제1집 제4권 시문집 시(詩)
제작 연도 1803년(순조 3) 봄, 정약용 42세
제작 장소 전라도 강진 동문 근처
종류/구분 한국고전 > 시_0722 > 칠언고시

번역

양근 절단을 슬퍼하여

갈밭마을 젊은 아낙 곡소리 길어라
관아 문앞에서 곡하며 푸른 하늘 향해 호소하네.
지아비가 출정하여 돌아오지 못할 수는 있어도
자고로 사내가 자기 양근 자른 것은 듣지 못했네.
“시아버지 삼년상 후 흰옷 입었고1) 아이 배냇물도 안 말랐거늘
삼대의 이름 찌가 군적에 보인2)으로 올라 있어,
관가에 호소하려 해도 호랑이 같은 문지기 때문에 못 하고
이정이 으르렁거리며 외양간 소를 군포 대신 끌고 가니,
낭군이 칼을 갈아 방에 들어가더니 자리에 피가 흥건하고
자식 낳아 군색한 꼴 당한 걸 한스러워했어요.”
잠실의 음형3)당한 사람 어찌 죄가 있었으랴
민 땅 자식들 거세한 일도4) 정말 서글퍼라.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부여한 이치요
건도는 남자를 이루고 곤도는 여자를 이루기에,5)
불깐 말 불깐 돼지도 서럽다 할 것이거늘
대 이을 생각하는 백성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부호들은 일 년 내내 풍악이나 연주하며
쌀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다니.
똑같은 이 백성을 왜 이다지 차별하나
객지 창 아래서 거듭 <시구>편6)을 외노라.

원문

哀絶陽
(애절양)

蘆田少婦哭聲, 哭向縣門號穹
(노전소부곡성장, 곡향현문호궁창.)
夫征不復尙可有, 自古未聞男絶
(부정불복상가유, 자고미문남절양.)
舅喪已縞兒未, 三代名簽在軍
(구상이호아미조, 삼대명첨재군보.)
薄言往愬虎守閽, 里正咆哮牛去
(박언왕소호수혼, 이정포효우거조.)
磨刀入房血滿, 自恨生兒遭窘
(마도입방혈만석, 자한생아조군액.)
蠶室淫刑豈有辜? 閩囝去勢良亦
(잠실음형기유고? 민건거세양역척.)
生生之理天所, 乾道成男坤道
(생생지리천소여, 건도성남곤도녀.)
騸馬豶豕猶云悲, 況乃生民思繼?
(선마분시유운비, 황내생민사계서?)
豪家終歲奏管, 粒米寸帛無所!
(호가종세주관현, 입미촌백무소연!)
均吾赤子何厚薄? 客窓重誦鳲鳩
(균오적자하후박? 객창중송시구편.)

해설

정약용이 1803년(순조 3)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군정(軍政)의 횡포에 저항하여 장정이 자신의 양근을 자른 일을 듣고 슬퍼하며 지은 시이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 시를 지은 동기에 대해 “이 시는 가경(嘉慶) 계해(癸亥, 1803) 가을 내가 강진에서 지은 것이다.

그때 갈밭마을에 사는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3일 만에 그 아이가 군보(軍保)에 올라 이정(里正)이 군포 대신 소를 빼앗아 가자 남편이 칼을 뽑아 자신의 남근을 잘라 버리면서 ‘나는 이 물건 때문에 이런 곤액을 받는구나.’ 하였다.

그 아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가지고 관가에 가서 울면서 호소하였으나 문지기가 막아 버렸다. 내가 이를 듣고 이 시를 지었다.”라고 하였다.

더 알아보기

확장영역 접기
참조어
강진(康津) , 군정(軍政) , 시구(鳲鳩) , 보인(保人) , 잠실(蠶室) , 음형(淫刑) , 민(閩)

출처

출처 도움말
확장영역 접기
  • 번역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교토(京都) 대학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와 고려대학교 한자한문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 『조선시대 한문학과 시경론』, 『다산과 춘천』, 『한국 한시의 이해』, 『한국한문기초학사』, 『한시의 성좌』, 『내면기행』, 『김삿갓 한시』, 『안평』 등이 있다.

    더보기
  • 자문 및 감수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과 한국고전번역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다산연구소 이사장과 우석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 정약용 평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다산산문선』, 『다산시정선』 등이 있다.

    더보기
  • 자문 및 감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현재 퇴계학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 실시학사 연구원장, 다산연구소 이사, 순암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중국 인문기행』, 『역주 당시 삼백수』, 『시로 읽는 다산의 생애와 사상』, 『다산시선』, 『다산시 연구』 등이 있다.

    더보기
  • 자문 및 감수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장·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장·한국고전번역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고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 『문명의식과 실학』, 『한문서사의 영토』, 『이조시대 서사시』, 『21세기에 실학을 읽는다』, 『우리 고전을 찾아서』 등이 있다.

    더보기
  • 자문 및 감수

    충남 예산에서 출생하였다. 가정에서 부친 월산공(月山公)으로부터 한문을 수학하였으며, 월곡(月谷) 황경연(黃璟淵)·서암(瑞巖) 김희진(金熙鎭) 선생을 사사하였다. 민족문화추진회 부설 국역연수원 연수부를 수료하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한문교육과를 수료하였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명예교수를 맡고 있으며, 해동경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더보기
  • 제공처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