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참가 통큰 합의 했지만…"비핵화 논의 南과 안해" 못박은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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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위급·응원단·예술단등 시작부터 대규모 파견 뜻 밝혀
김영남·최룡해·김여정 등 대표단에 포함될지 관심
조명균 "오늘 남북관계 첫발…인내심갖고 꾸준히 노력할것"


◆ 남북 고위급 회담 타결 / 11시간 마라톤 협상 끝 합의 ◆

9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해 벽두부터 도발과 제재·압박에서 대화로 급선회한 남과 북은 25개월 만에 열린 당국회담 테이블에서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군사당국 회담 개최를 우선적으로 합의했다. 양측은 남북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대결이 아닌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고 관계 개선의 첫발을 뗐다. 회담을 전후해 남북 양측이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판문점 연락채널과 서해 군통신선도 복구됐다.

남북이 이날 11시간 동안 8차례 마라톤 협상을 벌여 합의한 3개항의 공동보도문에는 현재 한반도가 발 딛고 선 현실과 양측이 생각하는 지향점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담으로 남북 관계의 첫발을 뗐다. 남북 관계가 중단된 기간만큼이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며 "남북이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이날 양측은 오전부터 사실상 평창올림픽 참가를 확정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벌였다. 북측이 오전 회담에서 고위급 대표단을 비롯해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예술단과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 대규모 인원을 내려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북은 향후 북측의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 문제 등을 포함한 실무적 내용을 협의하기 위한 별도 회담을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별도의 설명자료에서 "개회식 공동입장 및 남북 공동문화 행사 개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의 결과로 남북 선수단의 올림픽 개회식 공동입장이 성사되고 남북이 함께 응원단을 꾸리고 평창 곳곳에서 예술공연을 펼칠 전망이다.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북한판 '아이돌 걸그룹'에 해당하는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이 평창에서 공연을 펼칠지도 주목된다.

북한에서 밝힌 고위급 대표단으로 평양의 2인자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평창을 방문할지도 관심사다. 헌법상 북한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을 찾을 개연성도 있다.

김여정 후보위원이 평창을 찾게 된다면 북한 김일성 주석 직계가족인 이른바 '백두 혈통'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파견한다면 평창에서 이들이 조우하는 진풍경이 나올 수도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 및 남북 간 관례, 북측 입장 등을 고려하고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필요한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사들이 평창을 방문하고 정부가 북측에 체제 비용 등을 보조하는 것이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대체로 대북제재가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별다른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가 올림픽의 기본 정신을 살려 한시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등 북측의 고위급 참석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남북이 합의한 군사당국 회담 개최는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전후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자는 남북의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기간 중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휴전 결의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것의 연장선상에서 남북은 군사당국 회담을 통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제한하는 구체적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군사당국 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 핵심적 군사 현안이 논의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회담 국면은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논의로 제한돼 이뤄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주변국과 연관된 문제는 다른 차원의 얘기"라고 말했다.

공동보도문 제2, 제3항에 포함된 교류협력 확대와 추가적인 고위급 및 부문별 회담은 올림픽을 끝낸 남과 북이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펼치는 관계 개선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예의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하면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압박에 처한 북측은 남측과 경제협력 등을 재개해 제재를 우회하며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근로자 임금 및 관광 대가 지급 등 여러 측면에서 국제제재와 상충될 소지가 있어 원칙에 입각한 정부의 분명한 대응과 긴밀한 한미 공조가 요구된다. 관심을 모았던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이번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조명균 장관은 "필요성이라든지 시급성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했고 북측도 상당 부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북측 나름의 사정과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조금 더 논의하면서 풀어나가자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에서 남북은 한반도 안보 핵심 사안인 '비핵화'에 대해 여전히 상당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조 장관이 비핵화 문제를 제기하자 흥분하면서 핵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우리 동족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며 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것)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과 미사일은 남북 사이의 문제가 아니고 북미 간 풀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확인시킨 것이다.

[판문점 = 공동취재단 / 서울 = 김성훈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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