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도로연결 합의한 날…美 "남북관계-비핵화 같이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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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16. 오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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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상임이사국 美·英·佛, 남북합의에 잇단 경고음

英 FT "도로·철도 연결은
한국의 美에 대한 저항"

佛, CVID 표현 다시꺼내며
제재완화 우회적 거부

文 참석하는 벨기에 ASEM서
51개국 정상, CVID 촉구할듯

남북관계 회복 앞세워
先비핵화 後제재완화 저해

靑 비서관 訪美…협력 논의


남과 북이 지난 15일 고위급 회담에서 11월 말~12월 초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열기로 합의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부와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경고음'을 보냈다. 오는 18일과 19일 열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아시아와 유럽 51개국 정상들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 예정이다.

한국 측은 남북정상회담 합의 정신에 입각해 핵심적 경협과제인 철도·도로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영국·프랑스 등은 대북 제재 공조체제 이완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미·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프로세스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한국이 '선(先)비핵화-후(後)제재 완화' 팀워크를 저해하는 과속 운전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해지는 모양새다. 의미 있는 남북관계 확대·발전과 제재 면제·완화가 필요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미국 측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대미 소통을 소홀히 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국방부 등은 전날 남북 고위급 회담 합의와 관련해 구체적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해 추정하거나 개별 합의 내용 하나하나에 일일이 논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로건 대변인은 남북이 고위급 회담에서 이달 하순부터 철도 연결을 위한 현지 공동조사를 착수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유엔군사령부나 미국 측과 사전에 협의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유엔사는 남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정신을 고려하면서 현 상황에서 정전협정과 그 이행 준수를 분명히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도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이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 정부와는 완연하게 결이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재 미국은 상당한 대북 제재 면제·완화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철도·도로 연결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 경계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한국에 발신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계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6일 교도통신은 자체 입수한 ASEM 회의 공동선언문 초안을 인용해 ASEM 회의 후 발표할 공동선언에서 북한에 대해 "모든 핵과 대량살상무기(WMD)·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 및 시설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를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지도자들은 대북 압박과 제재를 유지하는 것을 서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주요 언론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AP통신은 "이러한 합의는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불만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CNBC방송은 이번 계획이 북핵 프로그램 포기를 압박하는 노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남북관계 해빙이 북핵 프로그램 해체를 위한 협상 속도를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남북 합의를 '미국에 대한 저항(defy)'이라고 표현했다. FT는 '양국이 철도와 도로 연결에 합의함으로써 미국에 저항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계속 추구하면서 철도·도로 연결 기공식을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남북 간 협력 증진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프랑스에서 열린 한·프랑스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CVID라는 용어가 재등장한 것도 가볍게 넘기기 힘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입장에서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쓰인 문구를 그대로 인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핵심 당사국인 한미가 각각 '완전한 비핵화(CD)'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가운데 프랑스가 'CVID'를 고집한 것은 북핵 문제와 제재 완화에 대해 완고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도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유력지 르피가로는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를 '도박'이라며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 지난 14일 워싱턴으로 떠나 최 비서관의 방미가 남북 간 협력 증진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덜고 미국 측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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