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백서]"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비웃는다"…구역 상황 어떻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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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8.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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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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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안되고 실수요만 거래 허가…2년 이상 의무 보유 기간
시장 불안 막는다?…막판 신고가·풍선효과로 실효성 '의문'
[편집자주]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정책도 사안마다 다르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2021.4.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서울시가 지난달 압구정동과 목동, 여의도동, 성수동 재개발·재건축 추진 구역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발효 일주일이 넘었는데, 뉴스에선 아직도 꾸준히 관련 언급이 나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체 어떤 목적으로 지정한 건지, 거래는 가능한 건지, 왜 지정한 뒤에도 계속 언급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 거래가 유입돼 지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설정합니다. 투기 방지를 막기 위해서죠.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시장에게 지정 권한이 있고, 구역당 5년 이내까지 허가구역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묶인 곳도 정비 사업 추진 구역으로 투기 수요 유입과 가격 급등이 우려됐던 곳이었죠.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전후로 정비 사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가 들썩였고, 특히 압구정의 경우 압구정 현대아파트 7차 전용 245㎡가 80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오 시장은 이 사례를 직접 들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 걱정된다"고 말했는데요. 결국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카드까지 꺼냈습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투기수요가 들어올 수 없도록 거래가 까다로워집니다. 일정 규모를 넘는 주택·상가·토지 등 부동산을 거래할 땐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당초 기준면적은 주거지역 180㎡·상업지역 200㎡이지만, 서울시는 이번 구역에 대해 기준을 주거지역 18㎡·상업지역 20㎡로 상향했습니다.

거래가 완전히 틀어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역 지정 이후에 거래하려면, 허가 절차를 거치면 되죠. 거래 당사자가 계약 내용과 토지 이용계획을 담아 신청서를 제출하면, 구청에서 15일 내로 검토를 마친 뒤 허가 여부를 통보합니다. 불허가 통보를 받아도 1개월 내 이의신청이 가능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1.4.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실수요자'에게는 허가가 납니다. 본인이 살거나 실제로 사업을 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는 가능하다는 거죠. 거주용은 2년, 경영용은 4년간 의무 이용 기간이 부여됩니다.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예외' 사항도 있는데요. 상속이나 증여, 경매 취득이나 건축물 분양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전·월세 임대가 금지되기 때문에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막히게 됩니다. 만약 허가 없이 계약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한 금액의 벌금에 처합니다.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으면 3개월의 이행 기간을 부여하고 실거래가 10% 내에서 이행 강제금을 매년 부과하고요.

이렇게 거래가 까다로워지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4곳에서는 발효일 직전까지 막판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습니다. 서울시의 허가구역 지정을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메시지로 읽은 투자자들은 "세를 끼고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평소에 인기가 없던 매물도 대부분 소화됐습니다.

구역 지정 이후에도 시장은 출렁이는 모양샙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는 이번 주 아파트 상승률이 2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요. 규제로 묶인 압구정은 잠잠했지만 옆 동네인 반포동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며 풍선효과 조짐도 보였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장은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비웃고 있다"며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압·여·목·성'보다 먼저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도 '건수'만 잡았을 뿐 '가격'은 못 잡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시가 시장 불안 요인을 잠재우겠다며 추가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줄지 두고 볼 일입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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