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을 죽여라” “얼굴을 공개해라”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 12일 오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 경기 안산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교도소를 나서서 들른 곳마다 욕설 세례와 주민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그는 도망치듯 집안으로 들어갔고, 경찰이 배치돼 집앞과 길목을 지키는 가운데 하루 내내 소란이 이어졌다.
조두순을 태운 법무부 관용 승합차량은 이날 오전 9시쯤 경기 안산의 한 골목에 들어섰다. 차량은 앞 유리가 깨지고 뒷좌석 문쪽이 찌그러진 모습이었다. 달걀을 맞은 흔적도 보였다. 법무부 차량은 이에 앞서 서울 남부구치소와 안산보호관찰소를 들렀다.
차량이 골목으로 들어서자 주민, 유튜버 등 100여명이 차량으로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됐다. 미리 경찰 100여명이 투입돼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주민, 취재진과 차량 사이를 차단했고 조두순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내려서 말 한마디 없이 황급하게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주민 등은 조두순이 거주하는 집앞을 뜨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 건물 입구를 경찰이 막고 지키는 가운데 일부는 건물 뒤편에서 “조두순 나와라”, “죽여버리겠다” 며 고함을 쳤다. 또 조두순의 집으로 연결되는 가스배관을 잠그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두순을 사형시켜라”, “안산에서 추방하라” 등의 구호도 터져나왔고 ‘조두순을 거세하라'는 손팻말도 등장했다.
조두순의 거주지 앞은 이날 이른 새벽부터 유튜버와 주민 등이 진을 치는 바람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동네 주민들은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이리로 이사를 왔느냐” “여름에는 문도 못 열고 살게 됐다” “밤에 골목에서 남자만 마주쳐도 무서울 것 같다” 등의 얘기를 주고받았다.
또 일부 유튜버들이 조두순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긴장한 경찰도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주변에 100여명을 배치했다. 한 남성은 조두순을 응징하겠다며 현관 계단에 앉아 자리를 지키다 조두순의 도착을 앞두고 제지하는 경찰에 의해 건물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조두순 주거지 인근 거리는 몰려든 인파와 차량들로 오전 내내 혼잡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조두순은 서울 남부교도소를 출소한 이후 오전 7시45분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차한 안산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 도착해 출소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법무부가 마련한 회색 승합차량에서 내린 조두순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카키색 패딩점퍼를 입은 상태였다. 귀가 보이지 않을 만큼 덮수룩하게 기른 머리는 거의 백발이었다. 그러나 눈빛은 날카로워 보였다. 그의 오른손에는 귤이 들려있었다. “반성하십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두순은 대답없이 보호관찰소 내부로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문제의 귤에 대해 “누가 제공한 것은 아니고 전날부터 관용차에 놓여있던 것”이라며 “조두순이 불안해서인지 차 안에서 손에 들고 계속 만지작거렸는데 얼떨결에 들고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두순은 보호관찰소로 들어가면서 오른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듯한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돼 네티즌들의 갑론을박도 낳았다.
조두순은 보호관찰소에서 전자장치 개시 신고서 등을 제출하고 준수사항을 고지받았다. 또 전자장치 시스템 입력, 신상정보 신고 등 법령에 규정된 절차를 진행했다.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피부착자는 형의 집행이 종료되는 날부터 10일내에 보호관찰소에서 거주지 주소 등 신상정보를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조두순은 출소 당일 보호관찰소에서 신고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를 착용한 조두순은 앞으로 7년간 이 장치를 차고 생활해야 한다.
행정절차를 마치고 보호관찰소를 나온 조두순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없이 뒷짐을 진 채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행동을 2번 보였다.
조두순의 보호관찰관은 취재진에게 조두순이 교도소에서 보호관찰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앞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오늘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일 줄 몰랐고 분위기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안산보호관찰소 앞에는 유튜버와 시민들 50여명이 나와 조두순의 모습을 지켜봤다. 조두순이 탄 차량이 거주지로 향해 준법지원센터에서 빠져나갈 때 일부 시민이 차량 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경찰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유튜버와 시민들은 조두순의 차량을 향해 욕설을 했다. 경찰은 분노한 일부 시민들의 사적 보복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 보호관찰소와 주거지 인근에 280여명의 경비 인력을 배치했다.
이보다 앞서 조두순은 오전 6시 45분쯤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애초 출소시간은 오전 6시로 예상됐지만 자유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유튜버 등 시민 100여 명이 교도소 앞에 모인데다 일부가 조두순을 태운 차가 나오지 못 하게 해야 한다며 도로에 드러누워 조두순을 태운 차는 6시 45분쯤에야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은 경찰이 설치한 펜스를 뚫고 나와 준비한 피켓과 달걀 등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권상은 기자 sekwon@chosun.com] [조철오 기자 cheol@chosun.com] [김석모 기자 ksm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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