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베토벤 소나타 13시간 공연…순수예술 맘껏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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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14. 오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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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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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줄라이 페스티벌' 대학로서 이달말까지 개최
클래식 등 매일 순수예술 공연…마지막 공연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참여 연주자 196명. 베토벤 교향곡 9곡,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첼로 소나타 5곡,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개최되는 '줄라이 페스티벌(July Festival)'의 얼개다. 클래식 음악 연주 뿐 아니라 국악, 재즈, 실험음악, 무용 등 다양한 순수예술 공연이 날마다 열린다. 교향곡은 피아니스트 두 명이 나란히 앉아 한 대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포핸즈(four hands) 연주로 선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공연당 관람객이 50명으로 제한되는 작은 공연장에서 관객들은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를 감상한다. 귀로 음악을 들으면서 악기가 주는 소리의 진동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31일 마지막 공연인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다. 32명의 피아니스트가 32곡을 릴레이로 연주한다. 연주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약 13시간 소요될 예정이다. 연주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한국 피아노의 대모 이경숙 서울사이버대 석좌 교수(76)를 필두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최희연 서울대 교수(52), 아비람 라이케르트 서울대 교수(49), 윤철희 국민대 교수(52)에 주목받는 젊은 피아니스트 박종해(30), 문지영(25), 임주희(20) 등이 참여한다.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Shin-joong Kim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6)가 직원 3명과 함께 이 대형 공연 축제를 성사시켰다. 박창수 대표는 "연주자들을 모아 무대를 마련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며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나치게 가벼워진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비대해진 대중문화 대신 순수예술을 즐기는 문화가 좀더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중음악이 힘이 너무 비대해져 전체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문화가 팽배하면 사람들의 의식 구조가 가벼워질 수 밖에 없다. 대중문화는 속성상 사람들에게 빠르게 소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떤 일에 쉽게 휩쓸리거나 흥분하는 이유가 대중문화에 의해 의식구조가 단순화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순수예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한다면 사람들의 의식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박 대표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이분법으로 나눌 의도가 없다고 말한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은 공존해야 한다며 다만 대중예술의 지나친 비대화를 경계할 뿐이라고 했다.

"나도 대중예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다만 내가 염려하는 것은 대중예술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이다. 어차피 클래식의 대중화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제한돼 있고 많은 사람들이 대중음악을 즐 길 수 밖에 없다."

박창수 대표는 2002년 자택에서 처음 축제를 개최해 꾸준히 확대해왔다. 2013년 전국 65개 공연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연주회를 하는 원데이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2015년부터 국제 무대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7년에는 7월 한달간 세계 28개국에서 614개 공연을 성사시켰다. 현지에서 수십 명 연주자를 섭외하고 국내에서도 많은 연주자를 보내 하루 평균 20개의 공연을 전 세계에서 개최했다. 박 대표 포함 4명의 적은 인원이 어떻게 그 많은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우리가 연주자들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개런티가 제한적임에도 많은 연주자들이 축제의 취지에 공감해 참여해준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힘이다. 피아니스트 32명을 모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만 모았다. 그 정도로 연주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더하우스콘서트 '줄라이 페스티벌' 공연 모습 [사진=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올해는 대학로에서 집중적으로 공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 탓에 해외 공연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박 대표는 "그래서 오히려 더 밀도있는 공연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로를 공연 장소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대학로는 한국 문화예술의 중심지인데 상업문화가 너무 팽배해있다"고 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축제의 마지막 공연으로 준비한 것도 예술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뜻이 담겼다. "베토벤의 인생은 예술로 점철돼 있다. 초기, 중기, 말기의 음악적 변화 속에 그의 인생과 철학이 담겨 있다. 교향곡이나 첼로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는 특정한 시기에 몰려 작곡된 반면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의 전 생애에 걸쳐 골고루 작곡됐다. 13시간 동안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면 베토벤의 전체 인생을 한 번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18년째 축제를 개최하면서 매년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적자를 봤다. 박 대표는 적지않은 사비도 털어넣었다. 덕분에 그가 사는 집은 계속 줄고 있다. 그는 자신이 상업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2022년이면 하우스콘서트 20주년을 맞는다. 박 대표는 하우스콘서트가 안정된 뿌리를 내려 2022년에는 다른 사람에게 축제를 맡기고 자신은 순수예술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회가 변화되기를 기대하며 예술을 통해 계속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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