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못올리게 해놓고, 자기들만" 의원들 내로남불에 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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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29. 오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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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5% 상한제 도입해놓고
송기헌 목동아파트 26% 인상
조응천은 강남 은마 9% 올려

文, 김상조 경질…후임 이호승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퇴임 인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기 이틀 전에 전세금을 14% 이상 올렸다고 매일경제가 단독 보도한 이후 하루 만에 물러났다. [이충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56)을 임명했다. 전세금 상한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말 본인 소유 아파트 전세금을 14%나 올리며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물러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투기사태로 이미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이어 김 전 실장까지 부동산 사령탑들이 잇달아 불명예 퇴진하면서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에 직격탄이 되는 것은 물론 임기 말 문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월세상한제를 밀어붙였던 범여권 의원들도 본인 소유의 부동산에서 전세금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두터운 신임을 보여 온 김 전 실장의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그를 전격 경질한 것은 가뜩이나 국정 지지율 폭락으로 레임덕 위기에 빠진 가운데 최측근 인사까지 부동산 논란에 휩싸이며 임기 말 국정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이날 물러나며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달 7일 보궐선거 전후로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을 비롯해 대폭적인 개각 인사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경제가 국회 공보를 통해 국회의원 300명의 임대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임대료를 증액한 의원 14명 중 10명은 범여권 소속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서울 양천구 목동청구아파트 전용 84㎡ 전세금을 5억30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26.4% 올렸다. 송 의원은 계약 만료로 새로운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맺었다고 신고했다.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처리 당시 민주당은 계약 갱신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전세 보증금 인상 폭을 5%로 제한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제출한 상태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서울 강남구 대치은마아파트 전용 84㎡ 전세 보증금을 5억4000만원에서 5억9000만원으로 9.3% 증액했다고 신고했다.

조 의원의 전세 계약은 재계약으로 시점은 지난해 7월 4일이다. 임대차 3법 시행 불과 한 달 전이다.

조 의원은 임대차법을 관할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로 지난해 임대차 3법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범여권 김진애 전 의원도 강남구 논현동 건물의 임대 보증금을 8억1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8.6% 증액했다고 신고했다.

국회의원들의 전세 보증금 인상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억3000만원이었던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의 보증금을 5억3000만원으로 23.3% 증액했다. 주 의원은 전세계약이 신규 계약이라고 신고했다.

청와대 정책 사령탑이 '전셋값 내로남불' 논란에 경질되고 임대차 3법을 주도한 여당 의원들까지 지난해 전셋값을 잇달아 상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반 주택 실수요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전셋값에 신혼집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이 모씨(34)는 "일반 시민은 5%까지만 올리라고 하면서 그 이상 올리면 악덕 투기꾼이라고 욕하더니 본인들은 10% 넘게 올리고도 시세보다 싼 거라고 기고만장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전셋값 상승률을 감안하면 여야 정치인들의 전셋값 인상폭은 크지 않고 대다수가 신규 계약이라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5%로 임대료 상한을 정하자는 기준을 제시해 두고,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한다면 국민 정서엔 맞지 않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임성현 기자 / 유준호 기자]

설상가상 與 '김상조 패닉'…野 "선거앞 꼬리자르기"

靑정책실장 교체 與野 반응

與 "부동산 문제 국민실망 안돼"
난국 타개할 뾰족수 없어 고심

野 "침몰선 내린 金 타이밍 귀재"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부동산 관련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마저 '전셋값 인상 논란'에 휩싸이자 더불어민주당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전 실장 논란이 '부동산'과 '공정과 정의' 문제를 건드리게 된 만큼 내심 긍정적인 선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9일 김 전 실장 경질에 대해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로 국민께 실망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보선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김 전 실장 사태로 빚어진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정책실장직을 그만두게 하는 건데, 이미 본인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당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을 향한 당내 비난도 쏟아졌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작년부터 후임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이제 나가게 된 게 아쉽다"며 "4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당정청이 엇박자가 났던 원흉"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김 전 실장의 경질을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선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경질했을까 싶다"면서 "선거가 없으면 버티기, 선거가 있으면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경질 결정을 낸 것을 보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라면서 "침몰하는 배에서 냉큼 구명정에 몸을 싣고 하선한 김 전 실장 역시 타이밍의 귀재답다"며 냉소 섞인 논평을 내놨다.

특히 야당은 땅 투기와 달리 전월세 이슈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이슈인 만큼 파급이 작지 않으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은 "이번 김 전 실장의 경우는 측근도 지인도 아닌 본인 문제라는 점이 컸다"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신뢰도가 떨어진 국민 입장에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있는 만큼 투표날까지 이슈의 파급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야당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와 달리 김 전 실장의 사표 수리 시점이 의혹 제기 후 하루 만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번에 빠른 교체가 일어난 것은 민주당과 정부가 그만큼 선거 판세의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라 불안감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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