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인데” 잘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축구에 빠진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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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꿈 꿔왔던 축구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두진 팀장.
“한 번 사는 인생, 괜찮은 선택을 한 것 같아요.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하는 데 후회는 없죠. 회계지식이 점점 얕아져 가는 게 아쉽지만….(웃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월 ‘뉴 미디어팀’을 신설했다. 기존 매체가 아닌 온라인 콘텐츠로 K리그를 접하도록 해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고, 기존 팬들과는 직접적인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첫 팀장은 마케팅 팀에서 일하던 사두진 씨(33)에게 맡겼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고, 영상을 포함한 뉴 미디어 관련 지식이 풍부하다”는 게 연맹의 선임 이유다.

사 팀장은 공인회계사다. 2010년 시험 합격 직후 호주의 한 투자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어학 실력을 쌓았고, 2011년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에 들어갔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것은 2016년. 사표를 던진 그가 홀로 찾아간 곳은 영국이었다. 그곳에서 사 팀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스 1년 과정을 마쳤고 2017년 10월 연맹에 입사했다.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회계법인에서 스포츠 관련 업무를 맡기도 하면서 더 관심이 많아졌죠.”

사 팀장이 말하는 ‘어릴 때’는 중학교 시절이다. 축구선수를 가상으로 육성하는 ‘풋볼 매니저’라는 게임을 하다 한국 선수들의 프로필이 빈약하거나 엉터리라는 것을 발견했다. 영어를 잘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제작업체인 스포츠인터랙티브 본사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한 달 뒤쯤 답변이 왔다. ‘당신이 한국 선수 관련 정보를 우리에게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팀 사두진 팀장
“제가 중학생이라는 건 몰랐을 거예요. 어쨌든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 주기 위해 고교 축구 기록까지 찾아가며 약 2000명의 데이터를 그쪽에 전달했어요. 그 때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이 지금도 이쪽(축구)에 많이 계시죠. 업체에 준 정보는 지금도 활용이 되고 있고요. 돌이켜 보면 그게 지금 일을 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쉽지 않은 경험 덕분에 ‘스포츠산업’에 어렴풋이 눈을 뜬 사 팀장은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스포츠경영학’을 함께 전공했다. 그러다보니 스포츠 이외의 산업도 알아야 하고, 돈의 흐름도 파악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 회계사 시험을 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 팀장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일은 웹 드라마 ‘투 하츠’와 관련된 것이다. 총 6부작으로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유튜브, 네이버 등을 통해 공개되는 이 드라마에는 아이돌 그룹 B1A4 출신 바로(차선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가짜 하버드대 학생’ 차세리 역할을 맡았던 박유나 등이 출연해 축구를 배경으로 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팀 사두진 팀장은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영국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스 과정을 마쳤다. 입학식 때 ‘동기들’과 찍은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사 팀장, 네 번째가 박지성이다.
“1회당 10분 정도의 분량인데, 지금까지 한 회 당 10만 명 정도 봤어요. 총 6회니까 60만 명이 일단 목표고요. 축구를 모르시는 분들도 축구 관련 대화의 맥락을 아실 수 있도록 뒷부분에 ‘에필로그’를 만들어 설명도 하고 있습니다.”

사 팀장이 웹 드라마 제작 등의 뉴 미디어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것은 한 명의 팬이라도 더 K리그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손흥민(토트넘)이 맹활약하는 요즘과 달리 자신이 학생일 때는 K리그의 인기가 대단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글로벌 게임 제작업체를 상대로 항의 메일을 보냈던 그에게 ‘2002 한일월드컵’은 최고의 경험이었다.

“저처럼 80년대 중반 이후에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이라면 국내 프로축구의 뜨거웠던 열기를 기억하실 거예요. 그때와 같은 ‘K리그의 르네상스’가 다시 오는데 제가 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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