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김유진)는 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친족 강간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원심이 정한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과 보호관찰 5년 명령은 유지했다. 1심에서 면제한 피고인 신상정보는 고지·공개를 명령했다.
이 사건은 A씨 의붓딸인 B양과 친구 C양이 지난해 5월 12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계기로 알려졌다. B양과 C양은 성폭행 피해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가해자는 B양의 계부 A씨였다.
1심은 A씨의 친족 강간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B양을 강간했다는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다만 숨진 B양의 정신과 의사 면담 기록과 경찰 진술을 토대로 지난해 가을~겨울께 A씨가 의붓딸에게 유사성행위를 가한 것으로 봤다.
C양 유족은 그동안 “A씨의 의붓딸 성폭행 혐의도 인정해 달라”는 의견서와 추가 증거 등을 검찰과 재판부에 여러 차례 제출했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서 A씨의 친족 강간 혐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추가 수사 자료 등을 근거로 A씨의 의붓딸 성폭행 범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B양이 생전 친구와 나눈 대화, 정신과 의사 면담 기록, 자해 기록 등이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는 도중 피해자의 심적 고통을 언급하며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2분여 동안 감정을 억누르는 듯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 B양은 아버지로부터 성폭행당했음에도 그로 인해 가족이 해체될 것을 두려워하며 극심한 내적 갈등과 심적 고통을 당했다”며 “C양은 친한 친구의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사실로 가늠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더욱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괴로워하게 했다”며 “이 같은 상황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