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데 재밌는 '사내맞선', 예상 밖 인기몰이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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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사내맞선> 속도감 있는 전개+만화적 상상력+김세정의 재발견

 SBS 새 월화 드라마 '사내맞선'의 한 장면.
ⓒ SBS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박선호 연출, 한설희·홍보희 극본)이 기대 이상의 반응 속에 매주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아내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첫 방영된 이래 매회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불과 2주차(4회) 만에 확실한 월화 밤 시간대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당초 이 드라마가 시작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원작 웹소설로 제법 인기를 얻었고 동명의 웹툰 역시 인터넷 상에서 쏠쏠한 반응을 얻긴 했지만 평이한 소재, 엄청난 인지도의 톱스타 부재 등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예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첫회가 시작되면서 <사내맞선>은 젊은 시청자들을 확실한 지지층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였던 <사내맞선>은 어떻게 인기 드라마로 재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을까?

[인기 비결 ①] 익숙한 소재, 그런데 확실하게 웃긴다
 
 SBS 새 월화 드라마 '사내맞선'의 한 장면.
ⓒ SBS

 
드라마 <사내맞선>의 기본 틀은 그간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잘생기고 능력있는 재벌 CEO(강태무, 안효섭 분)와 직장 말단 직원이면서 여전히 학자금 대출 갚기에 등골 휘는 평범한 여성(신하리, 김세정 분)의 좌충우돌 코믹 로맨스가 이야기의 큰 뼈대를 이룬다.   

역시 재벌 가문의 딸인 친구(진영서, 설인아 분)의 부탁을 받고 대신 신분을 속이고 맞선 자리에 나갔다가 전개되는 온갖 좌충우돌 코미디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만 본다면 뻔한 구성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결론은 이미 예측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사내맞선>을 지켜보게 만드는 건 "뻔한 내용인데도 재밌다"라는 확실한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치 지뢰 마냥 펑펑 터지는 온갖 해프닝이 말해주듯 속전속결식, 속도감 넘치는 빠른 이야기 전개에 힘입어 잠시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사내맞선>만의 마성을 발휘한다. 

[인기 비결 ②] 각종 만화적 상상력 담은 CG... '드라마 속 드라마'의 활용
 
 SBS 새 월화 드라마 '사내맞선'의 한 장면.
ⓒ SBS

 
<사내맞선>의 재미에 양념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는 바로 만화적 기법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CG다. 코믹 드라마라는 설정에 걸맞게 각종 화려한 시각 효과가 적재적소에 쏟아지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로 적극 활용되는 것이다. 극중 갑자기 신하리의 휴대폰에서 강태무 사장을 상징하는 시조새가 불쑥 튀어나오는가 하면 친구 진영서는 불과 몇 초 사이에 다양한 의상을 입고 하리를 응원하는 '연애환승역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밖에 극중 뜬금없이 등장하는 가상의 드라마 <굳세어라 금희야>는 <사내맞선>의 웃음 강도를 높여주는 숨은 조력자 노릇을 훌륭히 수행한다. 과거 KBS 장수 시리즈였던 <사랑과 전쟁>의 단골 배우 서권순을 비롯한 인물들이 펼치는 온갖 드라마의 패러디는 <사내맞선> 속 신하리를 비롯한 인물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고취시킨다.  

막장 드라마의 상징물인 일명 '김치 싸대기'를 비튼 '돈까스 싸대기'를 비롯해서 <파리의 연인>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저 남자가 내 사람이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하냐" 등의 대사가 쏟아지기도 한다. 이들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내며 <사내맞선>의 웃음에 더 큰 힘을 싣어준다. 

[인기 비결 ③] 주연배우로 당당히 우뚝 선 김세정
 
 SBS 새 월화 드라마 '사내맞선'의 한 장면.
ⓒ SBS

 
단순히 '신데렐라 스토리'가 될 수도 있는 약점을 지닌 이 드라마를 이끄는 주역 김세정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내맞선>의 인기 비결이다. <학교 2017>을 시작으로 느리지만 착실하게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간 김세정은 지난해 OCN <경이로운 소문>으로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 작품에선 한층 물오른 연기력으로 '아이돌 출신'이라는 세간의 색안경을 확실하게 바꿔 놓았다.   

타인의 동정 대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당찬 여주인공 역할로 제 옷을 입고 나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짝사랑하던 남자가 다른 사랑을 택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뱉은 "안 아플 줄 알았는데... 아파요"라는 눈물 속 대사(3회)는 드라마를 몰입하고 지켜본 시청자들까지 신하리의 마음 속으로 끌어 당기기에 이른다. 이밖에 <학교 2017>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설인아 역시 털털하고 수더분한 성격의 진영서 역을 착실히 맡아주면서 시청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사내맞선>의 아쉬움도 분명 존재한다. 주인공들의 주변 공간인 직장, 가족으로 다수의 인물들이 출연하고 있지만 대부분 곁다리 캐릭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덕화, 김광규, 정영주 등 쟁쟁한 중견 배우들을 배치했음에도 그들의 능력치를 감안하면 활용 빈도나 방식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사내맞선>을 놓고 본다면 월요병을 퇴치하기 위한 좋은 치료제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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