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켓을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다' 의심
"독자기술 개발과 외교협상 본격적으로 나서야"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누리호 종합연소시험 참관 및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에서 밝힌 말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일까, 희망일까.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 해도, 미국의 수출통제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한 한국은 실용 인공위성은 물론 달착륙선도 발사도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29일 “미국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을 통해 자국의 기술이 들어간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을 한국 우주로켓에 실어 쏘아 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우주로켓 기술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장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이 국방 용도로 전용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인정해 줄 경우 브라질 등 제3국의 비슷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외는 있다. 미국ㆍ일본ㆍ프랑스 등 1987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우주로켓 기술을 확보한 8개국이 그들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달 착륙선’ 발언이 현실화하려면, 인공위성 기술의 완전한 독립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균형을 잡는 자이로와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CCD 등 인공위성 핵심기술은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다. 설사, 이런 핵심기술의 국산화가 가능하다 해도 미국의 수출통제정책이 풀리지 않는 이상, 국산 위성 발사만 할 수 있다. 미국 스페이스X나 일본 H2 로켓처럼 외국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주는 발사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히고 있는 ‘우주탐사 추진 로드맵’에도 같은 고민이 숨어있다. 로드맵에는 달 착륙선 자력발사의 ‘착수조건’으로 ①한국형발사체 안정성 확보 ②차질 없는 부품 수급 ③선행기술 확보, 3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①의 한국형발사체는 이미 개발 완료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조건 ②와 ③은 미국과 협상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기정통부가 그간 착수조건이 갖춰지면 2030년쯤 달착륙선을 발사하겠다는 애매모호한 계획을 고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이창윤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우리 우주전략의 한계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미국의 수출통제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본격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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