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과 '국토부 수장'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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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2. 오전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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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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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부동산 규제 선봉에서 3년째 진두지휘… 최정호 낙마로 유임
재건축 규제에 신축 아파트 희소성↑… 내년 총선 출마 선언해 눈살


김현미 국토부장관에 대한 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과연 국토부 수장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폭등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기조를 햇수로 3년 째 선두에서 진두지휘 중이지만 곳곳에서 부작용이 감지되며 여전히 오름세를 나타내는 곳이 허다하다. 또 어지러운 부동산시장 상황을 앞에 두고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 출마를 공언하는 등 다소 부적절한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김 장관은 적절한 국토부 장관일까.

◆후임자 낙마로 유임… 기대·우려 공존

“문재인정부의 두번째 국토부 장관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

김 장관은 올 4월 초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투기의혹 등이 불거져 자진사퇴하자 대안이 마땅치 않던 정부는 김 장관을 다시 국토부 장관에 앉히기로 했다. 정부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분위기 쇄신에 나서기 위한 적임자로 김 장관을 다시 택한 만큼 그의 발언은 결의에 찼다.

당시 김 장관은 “올해 계획한 여러 정책이 결실을 보기 위해 업무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기”라며 “임기를 연장하는 소극적 의미의 유임 장관이 아니라 정부의 두번째 국토부 장관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 김현미 장관이 추진했던 사업 중 좋은 정책은 일관되고 올곧게 계승하고 미진했거나 진척이 없는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새로운 과제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김 장관이 유임되자 반응이 엇갈렸다. 지난해 발표한 9·13부동산대책 이후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서 그의 임기연장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반응이 있었다.

반면 규제 일변도로 시장을 냉각시켰다는 비판도 거세 그가 말한 두번째 국토부 장관 행보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재건축 조이자 신축 급등… 규제 부작용

김 장관이 다시 국토부 지휘봉을 잡으면서 시장에는 다시 규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장관은 실제로 지난해 9·13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던 와중에도 “조짐이 보이면 언제든 다시 조이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며 시장을 긴장시켰다.

결국 시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내림세를 보이던 집값이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과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 기조를 보이자 다시 규제 카드를 선택했고 그 중심에는 오는 10월부터 시행하기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자리한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고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복안이지만 벌써부터 부작용이 감지된다. 이 규제는 집값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권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추진 단지들을 조이기 위함이지만 오히려 기존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부각시켜 값을 뛰게 한 요인으로 지목돼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넷째주(2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주요 인기 재건축 추진 단지 일부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은마아파트·잠실주공5단지 등)는 하락하고 인기지역과 일부 상대적 저평가 단지는 상승하며 전체 상승폭은 유지(0.02%→ 0.02%)했다. 반면 서울 전체로는 지난주(0.02%) 보다 소폭(0.03%) 올랐다.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된 정비사업에 규제 족쇄를 채우자 다른 곳에서 상승 흐름이 나타난 것.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계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대상을 지목하면 시장에서는 그곳을 가치 있는 곳으로 인식해 어떻게든 가지려 든다”며 “그게 안 되면 비규제지역이나 기존 물량 등 차선책을 꺼내 부각시키기 때문에 집값은 결국 어떻게든 오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임 중 내년 출마 공언

김 장관은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 기조를 보이는 동시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급확대라는 목표 아래 수도권 3기신도시 발표로 해당지역과 인접 지역 부동산시장에 호재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집값 하락을 우려한 앞선 1·2기신도시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맞선다.

교통혁명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곳곳에서 안전성 논란, 비싼 요금 등의 우려가 불거져 대책 마련과 반대 의견이 빗발치지만 김 장관은 마땅한 대안 제시를 하지 못한다. 또 서울 등 수도권 규제에 집중하는 동안 지방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침체일로다.

그런 가운데 김 장관은 지난 6월 말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더니 약 2주 뒤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내년 총선 출마에 뜻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처음에는 “임명권자의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결국 “해야죠”라며 강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규제를 찬성하는 이들은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낮아진다며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김 장관의 이해 못할 행보에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국토부 장관이 집값 폭등의 원인을 시장 탓으로 돌리며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정작 자신은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며 “불법은 아니겠지만 과연 그게 납득이 가는 모습인지는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B씨는 “집값이 뛰는 게 잘못된 것이라면 규제로 마땅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역효과가 나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면 김 장관도 응당한 책임을 져야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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