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꺼리는 한국, 자살률 1위인데 우울증약 복용은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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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26. 오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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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고리 끊자] [上] 14년간 자살률 1위 오명
실직 등 급격한 상황 변화 적응 못한 40代의 극단적 선택 늘어
우울증 예방·치료 소극적… 약물 사용 OECD 평균의 35%에 그쳐


지난달 유명 걸그룹 출신 가수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설리와 친한 연예인인 가수 구하라도 지난 24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연예인만이 아니라 정치인·기업인 등 유명인의 자살도 끊이지 않는다. 우울증 등에 대한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자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서울 성북구 네 모녀 사건 등 가족 동반 자살도 끊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국가(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14년 연속 OECD 자살률 1위 국가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부터 OECD 자살률 1위 국가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2016년)를 기준으로 보면 무려 14년째다. 199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핀란드·스위스·프랑스·일본 등은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우리나라 자살률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2년까지 자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자살률은 26.6명으로 2017년(24.3명)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2013년 이후 5년간 줄어들던 자살 사망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우울증 대책 늘리고 사각지대 줄여야

25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생활의 급격한 변화에 한국인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데다 주요한 자살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숫자가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항우울제 소비량은 22DID(인구 1000명당 하루 복용량)에 그쳐 OECD 평균(63)의 35%에 불과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한국은 정신과 치료를 찾아야 할 환자 5명 가운데 1명만 병원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 상황 악화는 우울증과 함께 주된 자살 요인 가운데 하나인데 단순히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김도읍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원인으로 인한 자살자 수는 2016년 3043명에서 2018년 3390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남들보다 가난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보다 가난해졌기 때문에 좌절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절대빈곤 등 절대적 상황이 어려운 사람보다 상황이 남들보다 크게 나쁘지 않은데도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중장년에 접어들면서 가족 관계나 경제 문제 등의 짐을 짊어지게 되는 40대 남성의 극단적 선택이 두드러진다. 40대 남성의 자살률은 2017년 38.7명에서 지난해 45.35명으로 17.31% 증가해, 모든 연령대 남성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자살률 낮추기 위한 국가적 노력 필요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한 1996년에는 자살률이 15.2명으로 당시 가입국 중 11위였다. 하지만 자살률이 대체로 상승하면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연속으로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지난해 OECD에 가입한 리투아니아와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자살률이 20명대인 OECD 국가는 없다. 반대로 1996년에는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핀란드(1996년 24명→2016년 13.9명)와 스위스(1996년 20.1명→2016년 11.2명) 등은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권준수 이사장은 "선진국은 환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잘 받도록 유도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해 자살률을 서서히 낮춰나갔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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