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후쿠시마 방사능 통제 안돼, 일본 올림픽 개최는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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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9.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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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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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캡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방사능 위험을 무시한 올림픽 개최는 일본 정부의 자충수"라는 입장을 9일 밝혔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벌여온 제염 작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다.

그린피스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정대로라면 도쿄올림픽은 137일 뒤인 7월 24일 개최된다.

"후쿠시마 사고 9년, 오염 계속 퍼져"
지난해 후쿠시마 현지에서 방사능 농도 측정을 하고 있는 그린피스 관계자들. [사진 그린피스]

그린피스는 지난해 11·12월 일본 후쿠시마의 방사능 농도를 현지 조사한 결과를 담은〈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 - 기상 영향과 재오염〉보고서에서 “지난해 하기비스 등 기상상황으로 인해 제염지역도 방사능으로 재오염됐다”며 “일본정부가 ‘모든 것이 정상화됐다’고 발표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 일본 정부는 제염작업에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마리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사고 후 9년이나 지났지만 방사성 오염 상황은 통제되지 않고 오히려 확산‧재오염됐다”며 “방사능 위험을 무시한 도쿄올림픽 개최는 일본 정부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했다.

후쿠시마 신칸센 탑승구도 '핫스팟'
후쿠시마 시내 도로 오염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 노란색 박스 안을 비롯해 후쿠시마 시내 중심 도로에서도 핫스팟이 수십 개 발견됐다. 고속철 신칸센 역 근처이기도 하다. [자료 그린피스]

그린피스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일본 후쿠시마 지역을 답사하면서 방사능 농도를 조사한 결과, 도로 등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도 방사능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핫스팟’ 45곳이 발견됐다. 후쿠시마 시내의 신칸센 역 탑승구 근처이나 주요 도로에서도 10곳 이상의 핫스팟을 발견했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시간당 0.3~0.5μSv(마이크로시버트·방사능 측정 단위)가 넘으면 ‘위험’ 수준으로 판단한다. 후쿠시마의 핫스팟 45곳은 모두 위험 수준을 넘겼고, 한 곳은 기준치의 11배인 5.5μSv/h까지 측정됐다. 원전 사고 전보다 137배 높은 수치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올림픽 관람을 위해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 오면 재오염 계속"
올림픽이 열리는 주요 경기장과 후쿠시마 원전 사이의 거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는 26일부터 시작될 성화 봉송의 출발지인 ‘J빌리지’ 에서도 71μSv/h의 핫스팟이 발견됐다. 사고 전 정상 상태의 1775배 수준이다. 그린피스 측은 "지난해 11월 일본 정부가 제염작업을 한 차례 했지만, 그 직후인 12월 조사에서도 또다른 핫스팟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 관리가 문제투성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한 번 제염작업이 진행된 곳에도 지난해 태풍 하기비스 기상상황으로 방사성 오염물이 퍼지면서 재오염됐다고 봤다. 아울러 태풍에 의한 재오염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상으로 인한 방사성 재오염은 여러 세기에 걸쳐 지속될 것이다.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모든 것이 정상화' 되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과 다르다.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에 “UN특별보고관의 일본 방문 요청을 수락하고, UN 특별보고관의 대화 제안 및 지침에 협조하라”고 권고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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