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억의 터에 있는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이 가나다순으로 새겨져있다. 정의연은 “2016년 조성 당시 한국정부에 공식 등록된 피해자에 미등록 피해자를 합해 산정한 인원”이라 설명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1993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됐으며, 1992~2004년 일본 최고재판소 재판에도 42차례 참석했던 박 할머니는 명단에 포함됐어야 한다.
박 할머니는 생전에 심 할머니가 꾸린 세계평화무궁화회에 소속돼 있었다. 무궁화회는 여러 차례 정대협 활동에 대한 비난을 내놓았다. 박 할머니는 1997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과 함께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에게서 민간기금을 받은 걸 두고 정대협과 부딪혔다. 윤정옥 당시 정대협 대표는 “그 기금을 받으면 공창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일본 국민이 반성하며 모은 위로금을 받으면 왜 안 되냐”고 반발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20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박 할머니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런데도 정대협만은 ‘나쁜 놈들’이라며 비판하곤 했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정대협이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을 쥐고 휘두른 측면이 있다”며 “박 할머니는 흔들리지 않았고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은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2005년 박 할머니의 장례를 주도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정대협에서 활동하지 않아 상황을 잘 모른다.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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