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사건 ‘경찰 책임론’에 억울하다는 경찰, “과잉대응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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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현장 매뉴얼과 권한 개선 지적
경남 진주 아파트에서 지난 17일 발생했던 방화·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황모(74)씨의 장례식이 21일 엄수되고 있다. 뉴시스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방화사건을 두고 경찰의 부실 대응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찰의 개입 여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경찰에겐 정신질환 정보 접근권이 없는 상태인 데다 권한 자체도 모호해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묻기보다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경찰에 대한 비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글은 21일 현재 5만9000여명이 동의했다. 글 게시자는 “그 사람(피의자)을 체포하거나 강하게 제지하다가 운이 나쁘면 (경찰관이)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주 사건은 출동한 경찰관 개인의 실수나 태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법·제도의 부재와 땅에 떨어진 경찰관 권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시자가 근거로 든 사건은 2017년 대구에서 조현병 환자 A씨에게 경찰관이 폭행당한 사례다. 당시 경찰관은 평소 여러 번 소란을 피워왔던 A씨 집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폭행당했다. 경찰은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지만 허가없이 주거에 들어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달 무죄판결이 났다.

경찰 내부에선 여러 번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서 적용된 혐의를 넘어서는 과잉 대응을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은 지난해 9월 이후 8차례 신고됐지만 대부분 강제 격리조치가 어려운 폭행이나 재물손괴 등 범죄였다.

현장 매뉴얼도 모호한 부분이 많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대응 안내’ 매뉴얼에는 고위험 정신질환자를 보호조치하라고 돼 있다. 여기서 고위험자는 ‘수상한 행동이나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해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인데 경찰관 한두 사람이 판단하기에 부담이 크다.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은 “현장에 가도 정신이 이상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단순히 술에 취했는지, 원래 성격이 그런 사람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경정급 경찰관도 “현행범 체포 요건조차 성립되지 않는 경미한 범죄라도 정신착란이 의심되면 체포나 병원에 인계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정철우 경찰대 경찰학과 교수는 “3회 이상 신고가 들어왔다거나, 한 번이라도 신고 내용에 흉기를 들고 있다는 등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을 판단할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현장에서 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복지기관, 경찰과 공유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예슬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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