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약한 여경 필요 없다” 남성 경찰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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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29. 오후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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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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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경례하는 경찰대 신입생들. 국민일보DB


남성 경찰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여성 경찰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경찰의 체력이 약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절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민봉(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경찰대학·간부후보 남녀 통합선발을 위한 체력기준 마련’ 보고서에는 연구용역을 맡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가 6137명의 경찰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겨있다.

‘우리에게 여성 경찰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문항을 보면 남성 경찰의 38.7%(전혀 그렇지 않다 14.3%, 그렇지 않다 24.4%)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반대로 여성 경찰이 필요하다는 남성은 28.3%(그렇다 16.0%, 매우 그렇다 12.3%)에 그쳤다.

순경공채 출신 남성(전혀 그렇지 않다 15.3%, 그렇지 않다 25.3%)과 외근직 남성(전혀 그렇지 않다 15.4%, 그렇지 않다 25.1%)의 경우 다른 집단에 비해 여성 경찰의 필요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여성 경찰들은 이와 매우 다른 답변을 내놨다. 72.2%의 여성은 여성 경찰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그렇다’는 32.6%, ‘매우 그렇다’는 39.6%였다. 여성 경찰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9.9%(전혀 그렇지 않다 4.3%, 그렇지 않다 5.6%)에 불과했다.

‘우리에게 남성 경찰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항목에선 대다수의 남성 경찰(95.7%)과 여성 경찰(94.2%)이 그렇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경찰업무에 성별은 상관없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남성 경찰은 44.9%가 ‘전혀 그렇지 않다’, 30.9%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여성 응답자의 경우 60.7%(전혀 그렇지 않다 28.3%, 그렇지 않다 32.4%)가 부정적으로 대답해 남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경찰대학·간부후보 남녀 통합선발을 위한 체력기준 마련’ 연구보고서 캡처


지금보다 여성 경찰이 많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남녀 경찰 모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찰 업무상 여성 경찰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는 항목에서 남성은 72.6%(전혀 그렇지 않다 45.8%, 그렇지 않다 26.8%), 여성은 52.9%(전혀 그렇지 않다 26.3%, 그렇지 않다 26.6%)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설문조사는 경찰 업무용 포털인 ‘폴넷’ 게시판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남자 5437명(88.6%) 여자 700명(11.4%)가 참여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여성 경찰의 업무 수행 능력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연구소는 경찰 직무를 분석하기 위해 25명의 각 부서별 실무자와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대부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경 파트너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남성 파트너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여경 불신의 이유는 근력 부족이 큰 이유죠. 여경이 남경과 비슷한 체력요건을 갖춘다면 불신 해소 가능하겠죠.”

‘경찰대학·간부후보 남녀 통합선발을 위한 체력기준 마련’ 연구보고서 캡처


“여경의 경우 능력의 편차가 큰 편이에요. 실제 업무에서 여경과 남경의 차이가 있어요.”

“성별에 대한 거부감 보다는 동등한 능력의 보유 여부가 중요해요.”

“여성 경찰이 성인 남성 평균치 이상의 체력 수준을 갖추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체력의 저하는 안전문제와 밀접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 업무에 대한 업무처리의 적극성 등을 고려하였을 때 체력적으로 동등하다고 하여도 남경이 더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렇지만 대다수 분들이 여경 분들 체력에 수준에 대해서 조금 안 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런 인식들이 많이 퍼져 있는 것 같아요.”

여경들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운전자를 구조하지 못하고 시민들이 구하는 모습을 구경만 했다는 고발 사진. 인터넷 캡처


“성별에 따른 체력검정 종목 및 기준에 차이가 있기에 위와 같은 일이 발생”

“실제 업무에서도 여경은 지원업무 이상을 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여자라고 하면서 지켜주시려는 것도 있긴 있는데, 힘을 남자처럼 쓸 수는 없어 가지고, 한가한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00지역은 진짜 거친 일이 많고 피터지고 맥주병으로 때리고 이런 사건이 많고 경찰관 때리고 주먹으로 막 그런 일이 많은데, 순마 2대에 여자 2명이 타버리면 2대가 총 나간 출동이 여자 2 남자 2이면 그 여자 2은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잖아요”

“현장에서 여경들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도 있고 여경이 뭐 일단 물리적인 힘 자체는 남자보다는 조금 약한 게 사실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경이 필요한 경우가 꽤 많아서 단지 그 힘 적인거 하나 갖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운거 같아요.”

“왜냐면 저도 이제 누군가의 신고를 나가서 봤을 때 저보다 덩치가 크고 누가 봐도 세보이면 솔직히 어! 긴장하거든요,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생각을 하는데 옆에 그나마 남자동료가 있으면 그래도 조금 든든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아무래도 여자경찰관이 있으면 그런 부분에서 처음에 막 조금 걱정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죠.”

연구소는 남성보다 낮게 설정된 여성 응시자의 체력검정 기준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따라 과락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남녀 기준 차이를 축소하는 것을 토대로 한 체력검정 기준 개선안을 내놨다.

국민일보DB


경찰대는 현재 신입생 정원 100명 중 12명을, 간부후보생은 일반 40명 중 5명을 여성으로 뽑고 있다. 그러나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관 남녀 분리모집 채용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하면서 경찰대생과 간부후보생에 대해 2021학년도부터 남녀 통합모집을 시행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체력검정 종목을 악력과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50m 달리기, 20m 왕복 오래달리기의 5개 종목으로 조정하고 이를 4개 또는 5개 종목으로 구성한 3가지 안을 제시했다.

특히 여성 응시생들이 무릎을 대고 실시했던 팔굽혀펴기의 경우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최저 기준은 1분당 11개 이하에서 6개 이하로 조정됐다. 남성의 경우 1분당 13개 이하에서 15개 이하로 강화해 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 경찰의 체력은 미국이나 뉴질랜드 등 외국에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연구소는 악력의 최저기준을 남성이 현행 38㎏ 이하에서 39㎏ 이하로, 여성은 22㎏ 이하에서 24㎏ 이하로 높였다. 윗몸일으키기도 남성은 1분당 22개 이하에서 31개 이하로, 여성은 13개 이하에서 22개 이하로 최저기준을 강화했다. 50m 달리기 최저기준은 남성 8.69초, 여성 10.16초로 왕복 오래달리기는 남성 34회 이하, 여성 23회 이하로 설정해 평균 국민체력기준에 맞췄다.

경찰청은 연구용역 결과를 검토해 오는 3월쯤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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