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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클래식 30. 베토벤의 '거리의 노래', 길거리 음식의 최고봉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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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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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17:3253 읽음

안녕하세요. 클래식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소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프로그램 노트에 담긴 클래식'을 맛있게 각색하여 올리고 있으니 원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길거리 음식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고르시겠어요?
어묵, 순대, 김밥, 붕어빵, 계란빵 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떡볶이를 떠올리는 분들이 정말 많을 거라 생각돼요.


길거리 음식의 최고봉이자 분식의 제왕 떡볶이


조선시대 궁중 요리인 '간장 떡볶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떡볶이', 지금은 매운 고추장과 밀떡이나 쌀떡, 어묵과 파, 양파,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요리한 붉은색의 고추장 떡볶이가 대표적인 떡볶이이죠.
1953년 신당동에서 '마복림 (1921-2011)' 할머니가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고추장 떡볶이, 현재는 이 고추장 떡볶이 외에도 라면 사리를 넣은 '라볶이', 치즈를 얹은 '치즈 떡볶이', 궁중요리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간장 떡볶이', 그리고 식당에 가서 각자의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 그리고 보통 떡볶이보다 국물의 양이 많은 '국물 떡볶이' 등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르보나라 소스로 만든 '카르보나라 떡볶이'나 크림과 토마토 소스를 섞은 '로제 떡볶이' 등이 불과 얼마전부터 크게 유행하고 있는 퓨전 떡볶이입니다.


군침을 돌게 하는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



요즘은 식당이나 배달 문화의 하나로도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도 학교 앞 분식집이나 시장의 노점에서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거리의 음식'이기도 한 떡볶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분식의 최고봉에서 언제나 서민들의 가벼운 지갑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분식집에서 어묵 국물과 함께 먹는 떡볶이가 떠오르는 클래식 음악은 바로 음악의 성인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1797년에 작곡한 4번째 피아노 삼중주 곡인 '거리의 노래 (Piano Trio in B flat Major, Op.11 'Gassenhauer')'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96vCCJCw_I

필자가 직접 연주한 베토벤의 거리의 노래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 '요제프 바이글 (Joseph Weigl, 1766-1846)'가 작곡한 34개의 오페라와 오페레타 중 그가 1797년에 발표한 2막의 오페라 '선원의 사랑 (L'amor Marinaro)'은 오페라 '해적'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오페라입니다.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아리아 '약속하기 전 (Pria Ch'io l'impegno)'은 당시에 큰 히트를 치며 비엔나 거리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유행가가 되었으며 '거리의 노래'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요제프 바이글 [출처: 위키 피디아]



베토벤은 요제프 바이글의 오페라 '해적' 속의 아리아 '약속하기 전', 즉 '거리의 노래'의 멜로디를 자신의 피아노 트리오 4번 중 3악장 변주곡의 테마로 사용하였고, 그 테마를 따라 이 피아노 트리오에도 '거리의 노래'란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습니다.

원래 베토벤의 '거리의 노래' 트리오는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의 구성인 '클라리넷 트리오'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구성의 피아노 트리오로 더욱 많이 연주되고 있죠.


베토벤의 초상 [출처: 위키피디아]


이 '거리의 노래'는 다른 트리오 곡들과 달리 마지막 4악장이 빠진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완성 작품입니다. 베토벤의 제자였으며 피아노 교본으로 유명한 '체르니 (Carl Czerny, 1791-1857)'는 후에 이 트리오의 마지막 'Finale' 악장을 베토벤이 작곡하지 않은 것을 매우 안타까워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s://youtu.be/AUi8P46NOgY

오페라 '선원의 사랑' 중 아리아 '약속하기 전' [출처: 유튜브]


1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Allegro con brio)', 2악장 '아다지오 (Adagio)', 그리고 3악장 '테마 콘 바리아치오니 (Tema con variazioni)'가 모두 소나타 형식으로 이뤄진 베토벤의 트리오 '거리의 노래', 특히 3악장은 왁자지껄한 거리의 부산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져 나오는데요.

정겨우면서 흥겹고 또 매혹적인 이 곡은 떡볶이와도 매우 잘 어우러지는 곡이기도 합니다.


분식집에서 다양한 야채로 조리된 떡볶이와 어묵 국물 한모금 하고 싶은 날씨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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