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 준우승 남성 4중창팀 ‘라비던스’ “흥과 한을 담은 노래로 ‘K-크로스오버’ 새 길을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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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0. 오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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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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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성악가·뮤지컬 배우 이색 조합…이스라엘서 러브콜도
민요·팝·가요·월드뮤직까지…장르 매이지 않고 도전적 음악
[경향신문]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팀 ‘라비던스’의 황건하·존 노·고영열·김바울씨(왼쪽부터)가 16일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단전에서 터져나온 설움을 흩뿌리다가(남도민요 ‘흥타령’) 정신을 쏙 빼놓는 리듬으로 무대를 달군다(스티비 원더 ‘Another star’). 세상에 홀로 남은 듯 외로움에 몸서리치다가(전인권 ‘사랑한 후에’) 낯선 이국의 멜로디로 청중을 이끈다(이스라엘 가요 ‘Millim Yaffot Me’Eleh’).

월드뮤직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판소리꾼 고영열씨(27), 피바디 음대·예일 음악대학원 출신 ‘천재 테너’ 존 노(29), 따뜻하고 세련된 저음의 ‘인간 첼로’ 김바울씨(29), 무엇이든 흡수하는 ‘뮤지컬 원석’ 황건하씨(23)가 모인 남성 4중창팀 ‘라비던스’를 지난 16일 만났다. 얼마 전 막을 내린 JTBC의 남성 4중창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3>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그들에게선 우승을 놓친 아쉬움보다 설렘과 흥분이 느껴졌다.

“우리 색깔과 철학을 보여줬기 때문에 만족해요. 앞으로 길게 갈 거니까 기대가 더 커요.”(존 노)

‘라비던스(RabidAnce)’는 ‘미친, 광적인’이라는 뜻의 라비드(Rabid)와 ‘안내자’라는 뜻의 가디언스(Guidance)를 합친 말로, ‘미친 음악으로 안내하겠다’라는 포부를 담았다. 소리꾼, 성악가, 뮤지컬 배우라는 전에 없던 조합이다.

이들은 다양하고 파격적인 무대로 경연마다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민요, 팝, 가요, 월드뮤직까지 종횡무진한 4번의 결승 무대에는 ‘반전’ ‘도전’ ‘실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결승 1차전의 남도민요 ‘흥타령’은 한의 정서를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재해석했다. “이 무대를 전 세계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심사위원 김문정 음악감독의 찬사와 함께, 전통음악의 새로운 변주로 K-크로스오버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종 우승팀이 결정된 결승 2차전에서는 이스라엘 가요 ‘밀림 야폿 멜헬레헤’(Millim Yaffot Me’Eleh)를 선곡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 무대는 이스라엘 현지 뉴스에 소개됐고, 세계적 뮤지션 이단 라헬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라비던스의 첫발이 시작된 셈이다.

4명의 음악천재가 우연히 빚어낸 마술 같은 무대 뒤엔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 “함께 부를 한 곡을 선곡하는데 4명이 각자 20곡씩 총 80곡을 가져왔어요. 혼자서 한 곡을 고를 때도 대충 20곡씩을 들었죠. 한 사람당 400곡씩, 총 1600곡 중에서 한 곡을 뽑아낸 셈입니다.”(고영열)

리더인 김바울씨는 “수많은 선곡 후보 중 단 한 번도 같은 곡이 나온 적은 없다”며 “4명의 음악적 토대가 다르니 더 다채로운 색깔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BTS 슈가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의상 등 ‘K-DNA’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국악 DNA를 장착한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가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물었다.

“국악인인 영열이가 있어서 외국 노래에도 한국인의 ‘한’과 ‘흥’을 담을 수 있죠. 라비던스의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김바울·존 노·황건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콜럼버스의 배’처럼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르에 귀속되지 않고 더 도전적인 음악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팀이 됐으면 합니다.”(고영열)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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