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 美 타임지, 97년 만에 표지에서 '타임' 뺀 이유는?... "투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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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25. 오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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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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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하루 전 발행되는 잡지 표지
편집장 "이번 대선은 역사 분기점"
2020년 11월 2일 자 미국 타임지 표지에 '투표하라(VOTE)'가 잡지 이름 대신 걸려 있다. 홈페이지 캡쳐.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미국의 타임은 파격적인 표지 디자인이 나올 때마다 그 자체로 뉴스가 되곤 한다. 어떤 인물ㆍ사건 사진인지, 당대의 권력자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등 타임지 표지만 쭉 훑어봐도 그 시기 세상사를 파악할 수 있다. 때로는 사진이 아닌 그래픽디자인으로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다만 붉은색 테두리에 ‘TIME’이라는 잡지 이름이자 로고가 위편 가운데에 자리한 표지는 이 잡지의 변함없는 상징이었다.

그런 타임지가 창간 97년 만에 처음으로 표지에서 타임 로고를 빼는 전통 파괴를 선택했다. 대신 들어간 글자는 ‘VOTE(투표하라)’. 2020년 미국 대선 투표일(11월 3일) 하루 전인 11월 2일 자 미국판이 그 주인공이다.

타임 편집장이자 대표 에드워드 펠센텔은 22일(현지시간) 독자에게 쓴 글에서 “거의 100년에 가까운 타임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국판 표지 로고를 우리 모두가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요청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표지에는 투표함이 새겨진 마스크, ‘반다나(스카프 대용 큰 손수건)’를 쓴 여성이 등장한다. 그래픽 작가 셰퍼드 페어리 작품이다. 미 CNN방송은 “1923년 타임 창간 후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일”이라며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선거가 될 이번 대선을 기록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물론 타임의 파격적인 표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9ㆍ11 테러 후에는 검은색 표지로 추모 의미를 전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국인 사망자가 20만명을 넘었던 지난달에도 검은색 테두리에 숫자 ‘200,000’을 크게 쓰고 미국의 실패라는 부제도 달았다. 지난 19일자 표지도 백악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그래픽을 표지로 선택했다.

펠센텔 편집장은 “다가오는 미국 대선 결과처럼 향후 세계를 좌우할 사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역사의 분기점이 될 드문 순간에 서 있다”며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했다.

타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을 20여차례 이상 표지에 등장시켰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표지를 만든 작가 페어리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상징이었던 ‘희망ㆍ변화’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미 일간 USA투데이는 보도했다. 타임의 ‘투표하라’ 표지가 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세계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그만큼 주목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투표하라’는 당연한 민주주의 원칙 강조는 문제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많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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