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보증금의 80% 꿀 수 있어
집 산 뒤 허위 전세계약 스와핑도
마이너스통장·사업자대출 급증
“가계부채 부실 이어지면 큰 위험”맞벌이 부부인 임 모(32) 씨는 지난달 초 은행을 찾아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만든 뒤 한도까지 꽉 채워서 2억원을 마련했다. 임 씨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는 듯해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서울 역세권에 매물이 나오면 전세를 끼고라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7월 초 오름세로 돌아서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전세자금 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규제를 피한 ‘꼼수 대출’로 빌린 돈이 주택시장 매입자금으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마이너스통장으로 실탄을 채운 뒤 부동산 투자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마이너스 통장은 신용한도 대출을 미리 잡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꺼내 쓸 수 있다. 집 매매 시 계약금을 내거나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 용도로도 많이 쓰인다.
주택 구매를 위한 ‘꼼수’로도 전세자금대출이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전세 스와핑’ 사기다. 두 사람이 먼저 주택담보대출로 아파트를 산 뒤 상대의 집에 허위로 전세계약을 맺고 부족한 자금을 전세자금대출로 메우는 것이다. 전세계약서와 확정일자만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은행에서 실제 거주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다. 임대업자를 제외한 개인사업자에게는 80%까지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이나 부동산 중개업자 사이에선 사업자등록을 한 뒤 대출을 받고 이를 주택 구입에 쓰도록 한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고 대출금 일부를 갚아 가계대출로 갈아탄 뒤 폐업 신고를 하면 된다고 부추기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은 채 부동산과 대출 규제로 주택값을 잡으려 하다 보니 ‘꼼수’ 대출이 생겨나고 있다”며 “결국 가계 부채의 약한 고리인 전세 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이 늘고 이들이 부실로 이어지면 위험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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