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돌출발언에 워싱턴 정가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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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6.20. 오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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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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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경고에도 개인소신 안굽혀
사드·대북정책 시각차 여전…열흘 앞둔 정상회담 안갯속


◆ 韓·美 불협화음 ◆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 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워싱턴DC 발언' 파장에도 불구하고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위기의 한반도 세미나'에서 개인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지연에 대해 미국의 인내심을 요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문 특보는 이날 세미나에서 난항에 빠진 북한 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화와 주고받기' 카드를 거론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전제조건은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북한이 이를 실천할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전략자산 축소와 같은 반대 급부를 거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문 특보가 워싱턴에서 발언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협화음을 조장한다는 야당의 거센 비판과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평소 견해를 개진한 것이다.

문 특보는 사드 논란과 관련해서도 "사드 배치는 한국의 법과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이를 다른 나라가 문제삼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 역시 미국을 자극할만한 여지를 남겼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지연에 대해 격노했다는 반응이 전해졌지만 문 특보는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사드 환경영향평가와 여론조사 등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압박은 현실"이라며 "사드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본다. 한국만 샌드위치 신세로 (중국과 미국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문 특보는 특보가 아닌 교수로서의 개인 견해를 피력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문재인정부의 첫 통일외교안보특보이자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교사'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발언의 무게감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 특보는 야당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미 갈등 책임론과 사태 주장에 대해 "특보로서의 역할은 대통령에게 나의 개인 견해를 전달하는 것이고 결정은 대통령이 내리는 것"이라며 "나는 정부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는 특별보좌관"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전망을 묻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피난민의 아들이고, 그는 특전사를 나왔다. 그런 개인적 배경이 호감을 부를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서울과 워싱턴의 온도 차가 확연해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 연기와 남북 대화 시도를 공론화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워싱턴 조야에서는 불만이 팽창하고 있다. 오는 29~30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가장 큰 복병이다.

더구나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의식불명(코마) 상태로 석방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는 행동에 대해 한미 양국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맞바꾼다는 아이디어는 매우 좋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대북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 특보는 사드 배치에 대한 강한 회의를 표출했다"면서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 다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특보의 발언이 자칫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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