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틀록 교수는 저서 ‘슈퍼 예측’에서 슈퍼 예측가가 되기 위한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으로 예측 불가능한 신의 영역과 이와 정반대로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골딜록스 존’ 난이도의 질문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12년 뒤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가”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질문은 아예 쳐다볼 생각도 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확실성이 큰 사안일수록 본능적으로 강렬한 해소 욕구가 치솟아 10년 혹은 20년 뒤 부동산 전망을 자신 있게 말하는 전문가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대선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건설사에서 부동산 전망을 하고 있는 필자 역시 불황의 터널 한가운데를 지나던 2010년 당시 10년 후 한국 각 도시의 집값이 이 정도로 상승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불확실한 부동산시장에 일단 발을 디뎠다면 부동산 불패론자(극단적 낙관) 혹은 부동산 필패론자(극단적 비관)와 같이 한 가지 관점만 줄기차게 주장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를 쫓기보다, “상승 가능성이 70%로 높지만 30% 하락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변수도 함께 짚어주는 여우형 전문가에 주목해야 한다. ‘확률의 저울’로 상승과 하락 가능성을 가늠하는 여우형 전문가는 누구나 검증 가능한 근거로 전망을 내놓기 때문에 부동산 초보자는 스스로 팩트 체크를 하면서 자연스레 실력을 쌓을 수 있다.
탁월한 여우형 전문가는 시장 국면에 따라 중요하게 봐야 할 변수를 유연하게 변경해 짚어주는데, 이는 ‘오디오 이퀄라이저’가 음악장르에 맞춰 특정 주파수를 증폭하거나 감쇄시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공급 과잉 국면에서는 ‘미분양 통계’를 주목하라고 조언하거나, 긴 하락 국면에서는 ‘거래 회전율 회복’에 주목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탁월한 여우형 전문가는 테틀록 교수가 주장하듯이 ‘정보 균형감각’이 뛰어나 최신 정보에 너무 민감하게도, 너무 둔감하게도 반응하지 않으며 오래된 정보와 적절히 조율할 줄 안다. 무엇보다 기저율(사건이 발생할 일반적인 확률)을 바탕으로 정보를 분석한다.
윤석열 정부 이후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시행된다. 이에 맞춰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재건축 단지들이 많은 뉴스매체를 통해 보도될 것이다. 보통 그런 뉴스는 해당 단지의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데, 실제 서울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 통과 후 관리처분까지 평균 10년이 걸린다는 ‘기저율’을 감안하면 ‘안전진단 통과’ 이슈가 장기적인 호재가 되기엔 무리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SNS가 고도화됨에 따라 자극적인 콘텐츠와 메시지가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을 밀어내며 눈을 ‘편향의 안대’로 가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골딜록스 존에 집중하면서 여우형 사고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전망을 내놓는 부동산 일기예보관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