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의 한국, 경마를 하기 위해 ‘기수 휴머노이드’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그중 C-27은 연구원의 실수로 개발 중인 학습용 휴머노이드 칩을 갖게 되고, 천 개의 단어를 알게 된다. 자신과 호흡을 맞추는 말인 ‘투데이’가 어느 순간부터 달릴 때 행복하지 않다는 걸 느낀 C-27은 투데이를 멈추기 위해 결국 스스로 낙마를 하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하반신이 부서진 채 폐기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C-27에게 누군가가 나타난다. 과거 3퍼센트의 생존확률로 화재현장에서 살아남은 보경은 300퍼센트의 책임감으로 두 딸인 연재와 은혜를 키우고 있다. 은혜는 매일 마방에 휠체어를 타고 와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투데이’를 바라보고, 연재는 폐기처분을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C-27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렇게 전 재산을 털어 C-27을 사오고, 그를 ‘콜리’라고 이름 지어준다. 고요하던 세 모녀의 삶에 들어온 ‘콜리’는 이들에게 잔잔한 파동이 되어주는데… 더보기
우리 SF를 물들일 가장 따뜻한 색, 파랑 SF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천 개의 파랑』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하는 소설이다. 발달한 기술이 배제하고 지나쳐버리는 이들, 엉망진창인 자본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 부서지고 상처 입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이들을 천선란은 다정함과 우아함으로 엮은 문장의 그물로 가볍게 건져 올린다. 그의 소설은 희미해진 이들에게 선명한 색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녀 ‘은혜’,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연재’, 동반자를 잃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끝없는 애도를 반복하는 ‘보경’, 『천 개의 파랑』은 이렇듯 상처 입고 약한 이들의 서사를,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따뜻한 파랑波浪처럼 아우른다.…더보기
정가 : 14,000원, 판매가 : 12,600원 (10%, 1,400원 할인) ; "부서진 너와 작은 내가 만날 때" ; "연재를 만나기 전까지 콜리는 C-27로 불렸다."(11쪽) 품명으로 불리던 한 휴머노이드가 브로콜리의 색과 닮아 콜리라는 이름을 얻기까지의 여정. 이 소설은 오직 로봇에만 재능과 관심이 있는 소녀 연재와 하늘의 아름다움과 말의 고됨을 알아챌 줄 아는 모자란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더는 시속 100km로 달릴 수 없게 관절이 마모된 말과 소아마비로 인해 걷지 못하게 된 연재의 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