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
"사망·중증 관리로 가자는 주장은 무책임, 풀면 사망 늘텐데 감당할 수 있나" 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국내 감염병·방역 전문가를 불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지난달 30일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3명이 대응 방식의 전환을, 이달 3일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등 3명이 방역 강화를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두 교수에게 확진자 2000명대 상황의 진단과 대책을 물었다. 두 교수는 델타가 초기 바이러스나 알파 변이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 60세 이상 미접종자 최소화 등에는 일치했지만, 대응 방식은 크게 달랐다. 오 교수는 1,8,11일, 김 교수는 11일 전화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확진자 추적 정책에서 고위험군 사망·중증화 방지로 정책을 전환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무책임하다"며 "지금보다 방역을 강화하고 집단면역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확진자가 2000명 넘었다.
A :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접종률이 매우 높은 영국·미국·이스라엘도 확산세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라고 표현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의 오리지널이나 알파 등 다른 변이형과 차원이 다르다."
Q : 델타 때문만은 아닐 텐데.
A : "불행하게도 6월 말~7월 초 거리두기 이완과 델타가 맞물렸다."
Q : 지금 가장 큰 문제는.
A : "지금 대응으로 감당할 수 없다. 델타의 전파속도가 두세 배 빠르다. 그동안 3T(추적조사·검사·치료)로 버틴 덕에 외국처럼 록다운(Lockdown·봉쇄)으로 안 갔다. 추적조사 역량이 델타를 따라가지 못한다. 확진자가 생기면 밀접접촉자를 빨리 추적해 격리해야 한다. 하루 지나 추적하던 게 2~3일 지나서 하니 확산할 수밖에 없다.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 "
Q :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하나.
A : "그리 해야 하는데, 지금 4단계에 저항이 크다. 피로감에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고통이 장기화되면서 수용성이 떨어진다. 이들의 저항과 피해를 줄이려면 특단의 사회정책 지원이 따라야 하는데 재정지원이 충분하지도, 속도감도 없다."
Q :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A :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이 정도 하니까 지금 (확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현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Q : 소상공인이 너무 힘드니 좀 풀어야 하지 않나.
A : "방역을 푼다고 덜 힘들어질까. 과감한 재정 지원 같은 사회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방역의 고통이 생겼다고 방역에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가 걱정스럽다. 추적조사 역량이 강화되지 않으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의료 현장에 부담이 커진다. 안전판 없이 방역을 풀자는 건 무책임하다."
확진자 관리 대신 사망·중증화 관리로 전환하자는데.
A : "위중증 환자는 지금도 늘고 있다.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낮다고 해도 하루에 확진자가 수천 명, 수만 명 쏟아지면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다. 그런 걸 수용할만한 의료 역량이 준비돼 있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15%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은 60.70% 단계에서 중증·사망 관리로 돌아섰다. 치명률 지표만 따지는 건 단편적 시각이다. 확진 후 사망하지 않더라도 중증화·만성화되면 질병 부담이 커진다. 개인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거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크게 늘 것이다."
Q : 그러면 언제 전환을 논의할 수 있을까.
A : "최소한 백신 완료율이 70%는 돼야 한다. 확진자 추적 포기를 주장하는 측이 어떤 대안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Q : 집단면역이 여전히 유효한가.
A : "당연하다. 델타 전에는 접종률 70%를 잡았지만, 최소한 90%로 높여야 한다. 일부 접종 제외자 외는 다 맞혀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는 백신 호응도가 높아서 백신만 원활히 공급되면 접종률이 어렵지 않게 올라갈 거다. 다만 돌파감염 때문에 백신만으로 팬데믹 관리가 될지 의문이다. '백신+거리두가+3T'가 잘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백신 수급만 잘 되면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이다."
A : "백신 전략의 핵심은 고위험군 우선접종이다. 백신 거부감, 아스트라제네카(AZ) 거부감이 있다.이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접종을 설득해야 한다."
Q : 지금 당장 할 일은.
A : "보건소 업무가 너무 과하다. 백신 접종을 다른 데로 이관하면 된다. 보건소 비정규직 직원이 행정전산망에 접근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확진 발생이 적은 곳의 공무원이 주변 시·군·구로 파견돼 도우면 좋겠다. 유흥업소 단속을 강화하고 재택근무를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