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북한에 섭섭하고 실망…인내하며 북미와 대화하겠다"(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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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17. 오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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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박지원 등 외교안보 원로들과 오찬
박지원 전 의원 "당국자도 인내심 한계 느꼈다고 해"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고유한 통일연구원장,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과 오찬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이들과 오찬을 갖고 최근의 남북관계와 관련한 고견을 청취했다. (청와대 제공) 2020.6.17/뉴스1

(서울=뉴스1) 김현 기자,장은지 기자,최은지 기자,최소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비롯해 외교안보 분야 원로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남북 긴장 고조에 대해 "현 상황이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의 군사 도발 위협에 섭섭함을 표시하면서 "종합적인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고 한다. 또한 통상 대통령과의 대화는 보안을 철저히 하지만, 매체 출연이 잦은 박지원 전 의원과 문정인 특보 등에게 이례적으로 이날 오찬에서 나온 대화 등 국민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설명해도 좋다고 문 대통령이 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찬에는 문 특보와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전 의원 등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국민들이 충격이 컸고, 개인적으로도 실망과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대응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 "공식 채널이 다 닫혔다. 국정원 채널도 소통이 안 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이날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 제안을 공개한 것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자신을 원색 비난한 것에 대해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군사충돌 가능성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북한 측에 섭섭함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 전 의원이 이날 저녁 YTN 방송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에 출연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고 한다. 박 전 의원은 "북한군이 전방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접경지역과 NLL (북방한계선) 등에서의 군사훈련과 도발행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박 전 의원은 "북측이 계속 공격할 때 어떠한 수준에서 우리가 대응할 지에 대해서도 토론했다"며 "대통령께서는 다 종합해서 상황 관리를 잘하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거듭 "인내를 갖고 필요하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보겠다", "인내하며 북미와 대화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남북관계를 풀려고 많은 제안을 했고, 북한이 그 당시에는 호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당시) 북미 관계에 올인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것처럼 보는 인식과 비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는 많은 노력을 했다. 북미가 안 풀려서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연말에 남북관계를 키워서 해보려고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을 자극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대북전단은 현행법으로도 단속이 가능한데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질책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고유한 통일연구원장,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과 오찬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이들과 오찬을 갖고 최근의 남북관계와 관련한 고견을 청취했다. (청와대 제공) 2020.6.17/뉴스1

이날 오찬에서 일부 참석자는 "지금 상황에서 (특사 제안이) 안 맞는데, 북한이 공개해서 오히려 더 이상하게 된 것 아니냐. 그런 결정을 한 실무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자, "(북한이) 거부하더라도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 나쁘지는 않다"는 반론도 있었다고 한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과) 아주 자유스럽게 실질적인 토론을 했다"며 "대통령님은 현 상황을 소상히 파악하고 계시며, 인내하며 북미와 대화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를 각 참석자들의 의견개진 때마다 피력하셨다"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은 "정부 당국자들도 (이날 오찬에서) 북한의 최근 일련의 태도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면서 "김연철 통일부장관 사의 표명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선 "최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정부 측 오찬 참석자가 발언했다고 박 전 의원이 전했다.

또한 이날 참석한 외교안보 원로들은 "북한 측에 대한 항의 표시 등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고 남북미 정상간 대화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박 전 의원이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이들과 오찬을 갖고 최근의 남북관계와 관련한 고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선 최근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오찬 내용'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저희들이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이날 오찬에서 이례적인 부분은 문 대통령이 매체 출연이 잦은 박 전 의원과 문 특보 등을 향해 오찬에서 나온 대화 내용을 밖으로 전해도 좋다고 한 점이다.

박 전 의원은 "오늘은 이례적으로 저와 문정인 특보가 방송에 많이 나가니, 그러한 것들을 얘기해도 좋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얘기들을 설명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고 했다.

남북긴장 고조와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들에 대신 잘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 전 의원은 "대통령은 듣는 귀를 가지고 계시다. 오늘도 역시 말씀하시는 것보다는 경청의 시간을 가지셨다"고 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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