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新경제냉전… 미국은 공장 빼고, 중국은 돈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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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14. 오전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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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
- 수십년 이어온 '글로벌 공급망' 변화
애플, 인도·베트남으로 中공장 이전 구체화… 인텔은 美 본토로
中, 월가 덩치 키운 '창유' 등 테크기업 자발적 상장폐지로 맞대응
트럼프 "공적 연금, 중국 주식에 투자 중단하라" 지시하며 옥죄기


"오프쇼어링(off-shoring·생산기지 해외 이전)의 시대는 끝났다."

11일(현지 시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값싼 노동력과 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한 오프쇼어링은 일종의 세계적인 '광기'였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미 제조업체들이 '탈(脫)중국'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올 초 코로나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멈추자 중국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애플의 1분기 출하량은 10% 가까이 줄었다. 포드·월풀과 같은 미 자동차·가전 업체도 중국산(産) 부품 공급이 안 돼 지금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타격이 컸다. 트럼프 미 정부는 자국 기업에 금전 지원까지 약속하며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미국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에 중국은 '탈월가'로 대응한다. 200여 '중가이구(中槪股·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자국 철수다. 중가이구는 주로 14억명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테크기업이다. 미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수십년 이어온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코로나 사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 '탈중국' 움직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11일 애플이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물량의 5분의 1을 인도로 옮겨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고위 정부 관계자는 "애플은 인도 최대 수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전체 아이폰 물량의 90% 정도를 생산해왔다. 22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다. 중국에서 직간접적인 고용 효과는 480만명에 달한다.

지난 8일 미국 CNBC 등은 "2분기부터 애플은 에어팟(무선이어폰) 전체 물량의 30%(300만~400만대)를 베트남으로 옮겨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에는 100억대만달러(약 41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봉황망·시나닷컴 등 중국 언론은 "애플의 부분 철수는 수십만에서 백만명의 실업을 뜻하고, 일본·호주 등 미국의 우방국 기업도 뒤를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설) 건설에 나설 전망이다. 미 정부의 반도체 자급 전략이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정학적 환경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미국에서 생산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은 "코로나로 미국 내에서 탈중국 목소리가 힘을 더해가고 있다"며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에 이어 니어쇼어링(Near-shoring·인접 국가로 이전) 혹은 '차이나+1'과 같은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中 테크 기업, 탈월가 러시
지난달 27일 중국 인기 화장품·패션 전문 온라인쇼핑몰 '쥐메이유핀'은 뉴욕증시에서 탈퇴했다. 2014년 상장 6년 만이다. 중국 인터넷 업체 써우후의 게임 자회사인 '창유'도 나스닥 시장에서 스스로 상장 폐지했다. 중국 증권일보는 "중국 기업의 미 증시 '투이스차오(退市潮·상장폐지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며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공개 탄압과 투자 금지 조치 등이 주가를 크게 떨어뜨린 탓"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공적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 중단을 지시하며 중국 기업 옥죄기에 나섰다.

반대로 중국 정부는 규제를 풀어 자국 기업의 '회귀'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대표 테크 기업의 홍콩 증시 2차 상장(기업이 이미 미국 증시에서 발행한 주식 일부를 중국 기관에 예탁하고 홍콩 증시에서 거래하는 방식)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기업 넷이즈, 중국 2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는 "미국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19곳이 홍콩 2차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자금 조달 규모만 340억달러(약 41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다"며 "탈중국 현상이 보호무역 강화로 이어지면 글로벌 교역과 경제성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로라 기자 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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