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피해 中企 대표의 눈물…"대기업 상대 7년 소송 버티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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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2.05. 오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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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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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현대차로부터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한 중소기업 비제이씨의 최용설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중소기업이 대기업 ·대형로펌을 상대로 한 7년 소송을 어떻게 버텨냅니까. 수사기관이 기술탈취 피해 초기에 수사만 해준다면 소송으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5일 현대자동차 납품 중소기업인 비제이씨의 최용설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비제이씨는 현대차에 맹독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재를 납품했지만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제이씨는 2004년부터 현대차에 납품을 시작했다. 비제이씨는 자동차 페인트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 신기술을 개발, 현대차 울산공장에 미생물제재 제품을 공급했다. 2006년 8월에는 현대차와 공동으로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도 등록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5년 1월 경북대와 공동으로 새로운 미생물제 기술을 개발했다며 비제이씨에 납품계약 중단을 통보했다. 이에 비제이씨는 "현대차가 2013년 11월부터 8차례에 걸쳐 핵심 기술자료를 요구ㆍ탈취하고, 이를 경북대에 그대로 전달해 '유사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지난해 4월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무효로 한다"는 인용 결정을 받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기술탈취 피해를 당한 사실을 입증한 이례적 사례로 기록되는 듯 했지만 상황은 또다시 바뀌었다.

현대차가 특허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재심을 검토하면서다. 특허무효 사건은 특허심판원(1심)→특허법원(2심)→대법원(최종심) 순으로 진행된다. 최 대표는 "대법원 까지 가게되면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1심까지 2년도 힘들었는데 7년을 버텨낼 재간이 중소기업에 어디있냐"며 눈물을 보였다.

비제이씨는 특허무효심판 청구 외에도 여러 경로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현대차는 꿈쩍도 않고 있다. 비제이씨는 2015년 11월 '현대차가 특허기술을 훔쳤다'며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 ·중재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중재위는 2016년 8월 '현대차의 기술침해가 인정된다’며 현대차에 대해 같은달 31일까지 3억원을 비제이씨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 현대차가 위원회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같은해 9월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15%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해 지급할 것도 함께 결정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었던 위원회 결정을 현대차는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왼쪽)와 박재국 오엔씨엔지니어링 대표.

현재 비제이씨는 이 문제를 청와대에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수사기관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현재 28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청원 마감일인 27일까지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비서관 등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밖에도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들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다. 원청 대기업 납품이 끊어질까 중소기업들이 '속앓이'만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술탈취 실태 파악을 위한 심층조사'를 실시했지만 117개 수급사업자 중 22곳만 조사표를 회신했다. 인터뷰(방문 또는 전화)에 응한 업체는 9곳에 불과했다. 9곳도 자세한 설명은 거부해 기술탈취 실태파악이 쉽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박재국 오엔씨엔지니어링 대표도 기술탈취 중소기업이다. 박 대표는 "6년 사이에 두 번이나 현대차에 기술탈취를 당했다"며 "현대차가 탈취한 기술을 다국적기업인 SKF으로 유출해 회사는 파산에 직면했고 해외 시장 판로도 막혀버린 상태"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2010년 3월 현대차가 프레스설비 부품 개발을 요청해 2011년 5월 관련 부품 개발을 완료했고 현대차 담당자의 요청에 따라 개발된 제품 2세트를 무료로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후 현대차는 박 대표가 개발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다른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울산공장에 설치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반박자료를 내고 "비제이씨로부터 탈취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는 미생물제를 납품할 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했으며 여기에는 비제이씨도 참가했다"며 "비제이씨는 입찰 참가업체 중 최고가로 응찰함으로써 가격조건을 맞추지 못해 다른 업체가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제품이 교체된 만큼 계약 해지가 아니라 계약종료일에 맞춰 비제이씨와 납품계약을 종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제이씨가 주장하는 기술자료 요구에 대해 현대차는 기존 특허는 공동 특허였기 때문에 기술자료를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비제이씨에서 현대차 요구에 따라 제출했다고 주장하는 자료는 비제이씨측에서 신규로 수입한 미생물제의 제품 설명자료 및 기존에 공급하고 있던 화학약품의 설명서 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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