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미적분 몰라요" 과외받는 이공대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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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8.02. 오전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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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대상 인터넷강의 업체 누적 수강생 3년새 6배 이상 늘어
수능 과학탐구 출제 범위 줄고, 물리 등 어려운 과목 기피 원인



"화학공학과·화학과 선배 중에 물리 양자역학 부분 과외해주실 분 있을까요. 수능에서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해서 물리가 약합니다. 시급 2만원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재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이 커뮤니티에는 이렇게 '과외 교사'를 구하는 학생들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 학생처럼 고교 수준 수학·과학 사교육을 받는 대학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학 공대 수업에선 물리Ⅰ·Ⅱ 같은 과목을 알아야 하지만, 수능에선 이런 과목들을 선택하지 않아도 공대에 진학할 수 있어 뒤늦게 사교육을 받는 것이다. 취업난 때문에 학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더 의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교육 기업 메가스터디가 2015년 만든 대학 전공 수업 인터넷 강의 업체 유니스터디 수강생도 지난 3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 첫 1년간 회원 수는 1128명이었는데, 올 6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7751명이다. 연간 수강 신청 건수도 첫해 917건에서 최근 1년간 6106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수업은 '기초역학' '미적분학' '일반물리학' 등이다.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대학생도 있다. 서울 대치동 스카이입시교육 등은 예비 대학생을 대상으로 겨울에 수학 특강 수업을 연다. 한 수학 학원 관계자는 "서울대 공대에 합격한 학생도 문의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초 과학·수학 실력이 부족해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서울대에 개설된 물리학 강의 중 학생들의 중도 취소율이 15%를 넘은 강의가 24%에 달했다. 이에 서울대 공대는 지난 6월 고교에서 물리Ⅱ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물리학' 대신 '물리의 기본'이라는 기초 과목을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학칙을 바꿨다.

최성현 서울대 공대 교무부학장은 "고교에서 물리Ⅱ를 배우고 진학하는 학생이 계속 줄어들면서 내년에는 공대 입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물리의 기본' 수업을 듣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는 예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겨울방학 중 기초수학·기초물리학 등을 가르치는 '신입생 예비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생 사교육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 과목 구조 및 출제 범위' 시안(試案)에 따르면 물리Ⅱ 등 과학Ⅱ 과목은 선택과목에서 모두 빠졌고, 기존 2과목을 선택하던 것도 1과목만 선택하게 바뀌었다. 수학에서는 '기하'가 출제 범위에서 제외됐다. 노환기 스카이입시교육 원장은 "고교에서 기하를 배우는 지금도 중간고사 기간에 관련 강좌를 듣고 싶다는 문의가 오는데, 앞으로는 사교육 받는 대학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사교육에 익숙한 요즘 대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대학에서도 중·고등학생 때처럼 '요점정리식 강의'를 받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과학탐구영역 선택과목 수를 갈수록 줄여온 수능 과목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규민 연세대 교수(교육학과)는 "최근 이공계 대학생들 학력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력 저하 원인이 수능 선택과목 문제 때문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학문적 검토가 없는 상태라 각자 주장만 내세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p@chosun.com] [이희령 인턴기자(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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