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무상복지, 큰돈 안 드는 경제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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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7.19.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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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9]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54) 경기지사는 초선이지만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경기지사는 주로 중앙 정치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이 지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8년간 성남시장을 지내며 인지도를 높여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나섰다. 온라인에서는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끈다.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적지 않은 풍파가 있었지만 56.4%의 득표를 얻어 현역 자유한국당 남경필 지사를 이겼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청년 배당, 무상 교복, 공공 산후조리 등 '3대 무상복지'를 강행해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인구 1300만 명에 이르는 최대 지방정부인 경기도는 그가 본격적인 심판과 검증을 받을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18일 오전 집무실에서 만난 이 지사는 가슴에 명찰을 달고 있었다. 최근 그는 "책임행정의 상징"이라며 직원들에게 "모두 명찰을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직원 노동조합이 "공무원증이 있는데 예산 낭비"라며 공개 반발해 시비가 일었다. 이에 이 지사가 앞장서 명찰을 달고 나선 것이다. 어떠한 반대가 닥치더라도 꿋꿋이 맞서 나가겠다는 무언(無言)의 선언이었다. 이 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저에 대한 여러 의심을 거두어달라"고 당부했다. 또 "저는 실용주의자"라며 "도정(道政)이 잘되기 위해서라면 이념을 따지지 않고 편 가르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명찰 패용 지시로 시끄럽다. 일부에서는 사소한 것으로 마찰부터 일으킨다고 한다.

"저는 작은 것부터 실행해 도민의 삶을 바꾸는 게 진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명찰 패용은 국민을 주권자로 모신 대리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주인이 대리인을 못 알아보면 책임행정이 아니다."

―3대 무상복지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재원 마련도 관건인데.

"3대 무상복지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더라도 2600억~2700억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큰돈을 들이지 않는 정책이다. 남경필 전 지사가 실시한 청년연금 1년치가 3000억원이다. 남 전 지사 정책이 진짜 포퓰리즘 아닌가. 지방정부는 세금을 더 거둘 권한이 없다. 있는 예산으로 잘 쓸 권한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을 늘릴 가능성이 없다."

―재산이나 소득 수준,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했다. 연간 130만원을 제시했는데, 전국적으로 28조원 예산이 필요하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앞으로는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기술 발전 때문에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해결책은 과도한 초과이익을 환수해 함께 살도록 해주는 것이다. 일부를 골라 50만원을 주는 것보다 모두에게 50만원을 주고, 안 줘도 될 사람에게 50만원을 더 거두는 것이 옳다. 그러나 너무 모험적이고 저항이 심해 중앙정부에서 하기 어렵다. 지방정부에서 소규모로 시작해 검증하고, 성공하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은‘책임행정의 상징’으로서 이 지사가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달도록 지시한 것이다.

―경기도의회 142석 중 135석이 민주당, 시장·군수 31명 가운데 29명이 민주당이다. 견제와 균형을 잃고 각종 정책이 일방통행이 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그동안 견제와 균형이 발목 잡기로 악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협치·협력으로 더 잘하라는 주권자의 선택이었다.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이익만 챙기면 국민이 응징할 것이기 때문에 알아서 삼갈 것으로 본다."

―경기 북부 분도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어떻게 보나.

"경기 북부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오래 희생했는데도 상응하는 보장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집행이나 예산 배정에서 억울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분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하면 북부의 삶을 더 나쁘게 한다. 자립할 준비를 하고 기반이 세워진 후에 분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년 실업 해결이 국가적인 숙제다. 일자리 창출이나 확대를 위한 복안이 있나.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기업 활동이 있고, 일자리가 별로 생기지 않지만 이익이 많은 기업 활동이 있다. 공공에서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산업과 기업, 경제 영역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그게 중소기업이나 창업이다. 경기도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창업 지원에 각별히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 일자리가 생겨나게 하겠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사회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적게 벌고, 적게 쓰고, 많이 일하는 사회는 지속 불가능하다. 삶의 질이 너무 나빠진다. 교체당하는 쪽은 고통스럽지만 견뎌야 한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문제도 지금 잠시 힘들지라도 충분히 보완책을 만들고 고통에 대해 대안도 만들어내면서 가야 한다. 힘들다고 포기하면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구설도 있었다. 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일부 친문 세력은 반대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선거에서 구설이야 늘 있는 일이라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일부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돼야 하는데 이재명이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 개혁과 국가 발전 성과를 건물로 치면, 1층은 김대중 정부, 2층은 노무현 정부, 3층은 문재인 정부다. 3층이 잘돼야 4층을 쌓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3층을 잘 쌓도록 도울 것이다."

―본인이 앞으로 '4층 주인'이 될 생각은 없는지.

"성남시장을 지내는 동안에는 대선에 나갈 생각을 안 했고, 경기지사도 생각이 없었다. 국민이 오늘의 저를 여기에 있도록 만들어줬다. 4년 뒤에 '경기지사 잘했으니 계속 잘해달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4년 뒤에 어떤 지사였다고 평가받고 싶나.

"공정한 도지사로 알아줬으면 좋겠다. 제가 가장 높이 사는 가치가 공정이다. 앞으로도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재미로 일할 것이다."



[수원=권상은 기자] [수원=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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