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63] 기업과 국민 살리는 한 가지 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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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대 교수 26인 '축적의 시간'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대기업 주관 '창조경제' 행사가 보도되곤 했다. '창조경제'의 오묘한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천재가 있을까? 개념도 불분명한 선전 구호에 맞는 행사를 준비하라는 정부의 후진국적 주문을 후진국 기업은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기업 죽이기'에 비하면 박근혜 정부의 요구는 '우정의 어깨동무'였을 것 같다. 이 정권은 개업 직후부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요, 살벌한 산업안전법 등의 그물을 전방위로 던져서 기업을 옭아매고 강타하고 골수를 뽑아냈다. 탈원전 정책으로 기업의 가동 안전성이 심히 위협을 받게 되었고 노조의 무소불위 '실력행사' 앞에 기업은 무력하다. 기업을 '국민의 약탈자'로 지목하며 벌이는 문 정부의 로빈 후드 코스프레는 모든 기업이 망해야 끝날 것인가?

그러다가 급기야 정부가 일본에 엇박자를 놓다가 일본의 반발로 우리 첨단 산업들의 핵심 소재 확보가 위태롭게 되니 문재인 정부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대일본 전쟁을 선포하고 반일 감정을 내년 총선 승리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 한편으로 남북 경협으로 '평화경제'가 되면 일본을 쉽게 이길 수 있다며 북한에 러브콜을 보냈다. 북한은 콧방귀 뀌며 계속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쏘아대며 '정신 차려라' '맞을 짓을 말라' '겁먹은 개' '만 사람의 웃음거리' '바보' '똥' 등등의 모욕과 협박을 퍼붓는데 이런 일이 처음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상사병이 애처롭겠지만….

그래도 북한에 무시와 모욕을 당하는 동안은 오히려 '평화'롭지만 북한이 경협을 하자고 달려들면 기업과 나라 경제는 폭망 아닌가. 무너져가는 북한의 기업과 경제를 살리라는 성화에 어느 기업인의 목으로 밥이 넘어가겠는가? 북한 경협 쓰나미가 휩쓸고 가면 살아남을 한국 기업이 몇이나 되겠으며 국민의 밥솥이 바닥나면 국가가 어찌 유지될 것인가?

'축적의 시간'에서 26명의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우리 산업이 '모방과 추격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개념 설계의 역량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산업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조언한다. 문재인 정부는 사활의 위기에 몰린 기업들을 뻔질나게 회의를 한다고 불러대고 '역할'을 주문하지 말고 기업들이 요청하는 규제나 철폐해 주면 기업이 각자도생하고 미래를 위한 축적을 해서 나라를 책임질 것이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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