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 이익 냈다”는 크라운제과...엉터리 공시에 황당한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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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22. 오후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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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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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과, 재무제표 단위 착오 기입
삼성전자 영업이익 250배 웃도는 수준
거래소 “단순 실수 많아…제재 어렵다”


결산 시즌을 맞아 국내 증시 상장사들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 제과업체가 재무제표 단위를 실수로 기재해 연간 영업이익이 1경(京)원을 웃도는 일이 발생했다.

크라운제과 2021년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크라운제과(264900) 매출액은 38경1212조원, 영업이익은 1경5876조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경3098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종가(9150원) 기준 회사의 시가총액은 1146억원이다.

공시대로라면 같은 기간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005930)(417조2878억원)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46배, 250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6일 주주총회에서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역대 최고치인 280조원, 역대 세 번째인 52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크라운제과의 천문학적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단순 공시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재무제표상 원으로 기재해야 할 단위를 백만원으로 잘못 기재한 것인데, 원으로 환산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812억원, 159억원이 된다. 크라운제과는 현재까지 사업보고서에서 이 같은 실수를 바로잡지 않고 있다.

크라운제과와 비슷한 공시 실수 사례는 결산 시즌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단위 착오로 임직원의 평균 연봉, 배당금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책정되는 식이다. 심지어는 공시 담당자가 적어둔 개인적인 메모가 정정 공시를 통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현대차증권(001500)은 2019년 11월에 제출한 분기보고서 정정사항을 발표했다. 당시 현대차증권 보고서에서는 ‘나도 돈 많이 벌고 싶다’ ‘공시업무 지겨워’ ‘현대차증권 화이팅’ 등 문구가 드래그해야만 볼 수 있는 흰색 글씨로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한국거래소에선 공시 담당자의 고의성이 없는 단순 실수로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규모가 작은 상장사일수록 공시 관리에 투입할 수 있는 물리적인 인력이나 시간에 제약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기준은 ▲주요경영사항 등을 공시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 ▲주요경영사항 등을 거짓으로 또는 잘못 공시하거나, 기재하지 않은 경우 ▲확인절차 면제 공시에 대한 거래소 정정요구에도 정정시한까지 공시내용을 정정하지 않은 경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사안별로 보긴 해야겠지만 누가 봐도 단순 오기(誤記)와 같은 경미한 실수에 대해서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까지 지정해 제재하기 어렵다”며 “내부통제가 잘 되는 큰 기업과 달리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공시 담당자가 공시뿐 아니라 재무, 회계 업무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소 측 검토를 거치더라도 실수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목 담당자 제도하에서 코스닥 시장의 경우에는 직원 한 명당 6~70개 종목을 담당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보고서 내용보다는 최소한의 근거 서류 등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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