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택배노동자 또 숨진 채 발견…“6개월 20㎏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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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23. 오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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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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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롯데택배 과로사 방지책, 현장서 이행 안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23일 롯데택배 본사가 입주한 서울 중구 연세대세브란스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30대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택배노동자가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롯데택배가 과로사 방지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이 됐지만 이 노동자는 관련 대책을 적용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택배노동자 박아무개(34)씨가 오늘 숨졌다. 올해 들어 16번째 택배노동자 과로사다”라고 밝혔다. 김태완 대책위 공동대표는 “또다시 구조적인 문제로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7월에 입사해 6개월 동안 살이 20㎏이나 빠지면서 얼마나 힘들게 고생했을지 생각해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롯데택배의 사과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박씨 유족과 대책위의 말을 종합하면, 박씨는 지난 7월9일부터 롯데택배 수원권선 세종대리점 소속 기사로 6개월째 일해왔다. 그러나 이날 박씨가 출근하지 않자, 대리점 소장의 아들이 박씨 자택을 방문했고 주검을 확인했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경찰 조사에선 타살 또는 자살 흔적이 없고 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평소 건장한 체격(키190㎝, 체중 110㎏)인 박씨의 사인을 과로사로 추정하고 있다. 대책위는 “유족 증언에 따르면 박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하고 밤 9~10시에 퇴근해 하루 14~15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입사 뒤 무려 20㎏이나 체중이 감소했다”며 “동료 기사 증언을 들어보면 박씨는 300개 안팎의 배달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어해 내년부터 일부 물량을 다른 기사에게 넘기기로 대리점과 합의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택배가 지난 10월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1000명 규모의 택배 분류 인력 투입 △택배 자동화 설비 추가 도입 등을 담은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했는데, 대책위는 현장에서 이러한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수석부위원장은 “박씨가 근무했던 터미널에는 택배 분류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오후 2시 넘어서까지 (기사가) 분류 작업을 한 뒤 배달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택배 관계자는 “택배노조와 대리점협의회 등과 협의해 시험 단계로 일부 지역에만 분류 인력이 투입돼왔고 문제가 된 지점에는 택배 분류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다”며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택배노조와 상의해 세부적인 운영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맡은 물량이 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고인은 하루 평균 270~280개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자세한 내용은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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