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5)알라딘 중고서점 정부 규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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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30.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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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2년 11월 21일 대교가 인터넷서점 대교리브로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시장에 진입한 지 2년 만이었고, 1997년 인터넷서점이 설립된 후 최초의 파산이었다. 할인 경쟁과 출판계 불황으로 그 해에만 60억원 적자가 발생했지만 해결할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 /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국에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 46곳



2007년 10월 시행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도서의 10% 할인 판매를 허용한다. 하지만 인터넷서점은 시행규칙의 10% 경품 제공 조항을 근거로 10% 할인+10% 경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18개월 이내 도서에 대해서만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는 것을 비틀어 18개월 이상된 도서를 50~70% 할인해 판매했다. 할인 경쟁은 심화했고 수익률은 떨어졌다.

대교리브로의 사업 철수가 발표된 날, ‘인터넷서점도 불황, 책 장사 사양길, 온라인서점들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인터넷서점의 성장률은 2009년까지 23.2%로 높았지만 2010년 3.7%, 2011년 2.5%로 뚝 떨어졌다. 상위 4개사 가운데 YES24, 인터파크도서, 알라딘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당시 대교리브로는 인터넷서점 5위였다.

대교리브로가 문을 닫자, 4위인 알라딘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위인 교보문고 인터넷서점은 매장과 연계해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는 ‘바로드림’ 서비스를 도입했다. 2위 인터파크는 여행상품을 비롯한 잡화를 파는 전략을 썼고, 1위 YES24는 영화와 공연 티켓 등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불황을 타개하고자 했다. YES24만큼 싼값에 도서를 공급받을 수도 없고, 교보문고처럼 매장과 연계해 도서 판매를 촉진할 수도 없고, 도서만 파는 알라딘으로서는 대교리브로의 폐점은 자신의 앞날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였다.

그래서 알라딘은 중고서점에서 살길을 찾아 나섰다. 2008년 2월 문을 연 알라딘 온라인 중고책 코너는 회원간 거래(C2C)도 하지만, 다른 온라인 서점과 달리 알라딘에서 회원의 도서를 직접 구매해 되파는 것(B2C)을 주로 해왔다. 새책을 팔고 중고책으로 되사는 ‘바이백’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해마다 수요는 늘어나고, 매입량은 커졌다.

이를 바탕으로 2011년 9월 종로에 오프라인매장을 열어 현장에서 도서를 구매·판매하기 시작했다. 2020년 12월 현재 전국에는 총 46개 알라딘 중고서점 매장이 있다. 그 사이 2010년 138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9년 3569억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영업이익은 25억원(2010년)에서 168억원(2019년)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8년 주요 6개 서점의 총 영업이익은 404억원이었다. 이중 41%인 167억원을 알라딘에서 냈다.

이렇게 높은 수익을 올리는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2020년 12월 11일에 나온 〈니클의 소녀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의 정가는 1만4000원이다. 현 도서정가제를 적용해 10% 할인+5% 적립+무료배송을 한다면 9470원에 온라인서점에서 새책을 팔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매입가는 8400~9100원 사이다.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나도 107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책을 바이백으로 되산다면 최상등급으로 부여해도 6300원이면 매입할 수 있다. 그리고 정가의 70% 금액인 9800원에 판매하면 3500원의 수익이 난다. 출판사에서 새책을 매입해 파는 것보다 3배의 이익이 나는 것이다. 1000억대 매출 기업이 3000억대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익이 많이 나는 중고책 유통을 활발하게 한 결과일 테다.

새책보다 중고책 판매가 수익 높아

문제는 알라딘 중고서점의 성장이 저자와 출판사, 다른 서점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을 사서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알라딘의 배만 불리고 있다. 요즘 인문서는 보통 1쇄 1000부를 찍는다. 예를 들어 〈탐독가들〉의 정가는 1만6000원이다. 저자는 계약금 및 인세로 정가의 10%를 받는다. 10년 전에는 1쇄가 1500~2000부였다. 정가가 1만4000원이었다 해도 인세로 210~280만원을 벌 수 있었다. 또 2쇄를 대체로 찍었으니, 420~560만원이 저자의 수입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1쇄만 찍고 있으니 160만원이 저자 수입의 전부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람들이 책을 구매할수록 책 판매는 늘어나는데 저자의 수입은 도리어 줄어든다.

출판사 수입도 줄어들었다. 출판사가 1만6000원인 새책을 찍어 불과 16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출판사는 통상 10% 정도를 수익률로 잡는다. 그래서 2쇄, 3쇄를 찍으면 편집비 등이 더 들지 않아서 수입이 느는 방식이다). 160만원 수입으로 출판사를 어떻게 유지하겠는가. 수익을 못 낸 출판사는 조용히 문을 닫는다. 품절인 책이 늘어나고, 절판인 책도 나날이 늘어나는 이유에도 중고책의 범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알라딘은 매년 2000억대 수익을 중고서점을 중심으로 올렸지만, 저자에게 단 1원도 주지 않았고, 출판사와 영업이익도 나누지 않았다. 1쇄가 소진되기 전에는 중고책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기준도 없다. 오히려 아마존도 하지 않는 새책 매집을 대놓고 하고 있다. 사람들은 새책과 다름없는 상태로 책을 되팔고 있고, 1만원 이상 책을 팔 경우 택배비도 무료이거나 1000원만 내면 된다.

지역서점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역 서점 96곳의 대표들은 ‘서점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67.7% 답했고, ‘장기적으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76% 응답했다. (‘온·오프라인 중고서점 실태조사’·2017) 조사가 끝난 지 3년이 지났어도 정부 규제는 여전히 전혀 없다. “기업형 중고서점이 진출한 대전, 충북 청주에선 반경 30㎞ 이내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는데, 어디 대전과 청주에서만 닫았겠는가. 알라딘 중고서점의 수익이 쌓일수록 더 많은 동네책방이 오늘도 문을 닫고 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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