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NO재팬’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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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21. 오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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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日 수출규제 2년… 불매운동 2년 ②] 10명 중 7명 불매운동 참여, 게임·애니메이션은 예외?

[편집자주]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행된 지 2년이 흘렀다. 수출 규제로 한국을 좌지우지하려던 아베 신조 내각의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기반이 됐다. 특히 한국 국민이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펼치며 일본 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아베의 뒤를 이어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들어섰지만 한·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독도 표기 문제로 일본에 대한 반감과 불매운동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수출규제 이후 2년의 기록을 되짚는 한편 한·일 관계의 현주소와 방향성을 조명해봤다.

2019년 10월 서울 유니클로 광화문점 앞에서 평화나비네트워크·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불매운동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9년 7월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만 2년을 맞는다. ‘노 재팬’(No Japan) 운동은 당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경제보복 조치에 반발한 국내 소비자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됐다. 일부 누리꾼이 일본 기업 목록을 작성·배포하면서 파급력이 강해졌고 실제로 대형마트·재래시장·편의점·술집 등에선 일본 제품 판매를 중지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었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경제 관계가 급격히 발전했다. 일본은 한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무역상대국이기도 하다. 양국 교역액은 1965년 2억2000만달러에서 2011년 1080억달러까지 늘면서 36년 동안 490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2018년 851억달러로 줄어든 이후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영향으로 760억달러로 감소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2020년엔 711억달러에 그쳤다.



주류·의류·자동차 직격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지난해 한국의 일본 맥주 수입은 전년 대비 80% 이상 급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85.7% 급감한 566만8000달러를 기록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2019년 3975만6000달러로 반토막났다. 불매 운동 여파다.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전년인 2018년까지 일본 맥주는 한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2020년엔 9위로 추락했다.

의류 분야도 직격탄을 맞았다. 유니클로는 일본산 불매 운동이 불거지면서 불매 1호 대상으로 지목됐다.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서 지난해 매출은 반토막,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에서 30여개 매장을 폐점하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올 1월엔 서울 중구 명동중앙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지하철 명동역 7번 출구 앞에 위치한 이곳은 4개 층 3729.1㎡ 규모로 2011년 11월 문을 열었다. 당시 세계 두 번째, 아시아에선 가장 큰 매장으로 주목받았고 개점 당일에만 매출 20억원을 올릴 정도였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일본차는 외면받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승용차 연간 신규 등록대수는 27만4859대로 전년(24만4780대) 대비 12.3% 증가했다. 반면 일본차는 같은 기간 2만564대가 판매돼 전년(3만6661대)과 비교해 44% 급감했다. 점유율은 7.48% 수준이다. 수입차 시장에선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로 고소득 소비자의 구매가 이어졌지만 일본차는 예외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닛산과 인피니티는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 철수했다.

2019년 8월 강원 태백농협하나로마트에서 농협 임직원들이 일제 불매운동 결의문을 낭독한 뒤 일본 제품들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사진=태백시청


게임·애니메이션은 인기 폭발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0년 11월27일부터 12월2일까지 전국 만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인식조사를 한 결과 71.8%가 참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불매 운동 참여 경험 응답자에게 불매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유니클로(75.7%)가 가장 많았고 ▲아사히(71.1%) ▲삿포로(56.6%) ▲ABC마트(49.4%) ▲무인양품(47.5%) ▲기린맥주(44.4%)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가량(69.3%)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불매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독려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10명 중 6명(59.9%)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주류·의류와 달리 게임·애니메이션 분야는 불매 운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특히 소니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플레이스테이션5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오프라인 판매가 어려워 온라인 예약을 통해서만 살 수 있을 정도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국내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개봉 110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일본 다이쇼 시대의 사무라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서점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작인 고토게 코요하루의 만화 ‘귀멸의 칼날 완결편’은 지난 4월 국내 출간된 뒤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교보문고 기준)에 올랐다.

지난 6월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도쿄 올림픽 불참! 일본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일본 상품 불매운동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1
최근 일본 스가 정권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키로 결정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재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어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게 밝혀지며 반일 감정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측은 “일본은 총과 칼로 우리 민중을 짓밟더니 100여년이 흐르자 방사능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2019년 강제징용 판결에 일본이 가한 경제 공격으로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벌여나가며 한국의 존엄을 지켜낸 것처럼 이젠 정부가 앞장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재팬’ 피해 여전히 호황인 제품들

일본 극우 정권의 수출 규제·제한 조치 이후 국내에선 의류와 맥주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품 불매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제품엔 여파가 전혀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 세정제로 잘 알려진 ‘아이깨끗해’를 생산하는 라이온코리아도 일본법인 라이온코퍼레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일본 기업이다. 라이온코리아는 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아이깨끗해를 비롯해 세탁 세제(때가 쏙 비트)·주방 세제(참그린)·치약 (시스테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특수 영향으로 라이온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5.3% 늘어난 166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3.3% 급증한 8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1.9% 증가한 61억원이다.

아이! 깨끗해 항균 폼 핸드솝 모이스처라이징. /사진=라이온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일본으로부터의 골프용품 수입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1월 관세청의 골프용품 수출입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골프용품의 對日(대일)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골프용품 수입액은 2억4835만달러로 2019년보다 14.6% 증가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대일 무역적자액이 확대된 것이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골프인구가 확대되면서 일본산 골프용품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을 받아 일본차의 국내 판매대수가 43.9% 급감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일본으로부터의 골프용품 수입액은 수출액의 28.4배에 달해 2018년(20.2배)은 물론 2019년(23.6배)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으로부터의 골프용품 수입액을 보면 골프채가 가장 많다. 지난해 일본으로부터의 골프채 수입액은 2억2000만달러로 2019년보다 13.9% 증가하면서 전체 일본 수입의 89.1%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샤프트 등의 골프채 부분품 수입액이 1742만달러, 골프공 수입액은 734만달러 순이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매 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브랜드도 있지만 대체 상품이 있음에도 소비자 생활에 이미 깊게 들어온 제품은 대체품을 찾기보단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화평 기자 khp040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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