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거 아냐?...싸늘하게 식어버린 ‘스팩 상장’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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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만 해도 미국 증시의 호황 속에 스타트업들의 우회상장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인기가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 증시의 호황 속에 스타트업들의 우회상장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인기가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스팩(SPAC)은 실제 사업은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일단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상장시킨 후, 실제 기업과 합병하는 방법으로 기존 회사를 우회상장한다. 복잡한 절차 없이 손쉽게 비상장 우량기업을 상장기업으로 만들 수 있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기간 중에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개인투자자(개미)들은 공식적인 상장 및 공모보다 손쉽게 신규 상장주를 얻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스팩 투자에 열광했다. 지난 1년간 세계 증시에서 신규 상장에 몰린 자금 2300억달러(약 259조원) 가운데 절반은 스팩으로 모였다. 대부분의 스팩 우회 상장은 미 증시에서 이뤄졌다.

WSJ는 그러나 최근 스팩들이 상장할 스타트업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고 미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스팩들의 상장 제안 이메일에 건성으로 답을 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펙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신규 합병을 준비하는 스팩 숫자는 미국 내 400곳이 넘는다.

인공지능 검색엔진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루시드웍스의 윌 헤이스 CEO는 최근 몇 달 동안 스팩 기업 두 곳과 상장 논의를 했지만 모두 협상을 중단했다. 공유사무실 기업 인더스트리어스의 제이미 호다리 CEO는 지난 1년 동안 30곳의 스팩에서 합병 제안을 받았고 일부와 접촉하긴 했지만 전부 거절했다.

스팩 상장 관련 규제가 강화된 것이 스타트업들이 스팩을 멀리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스팩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감시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SEC는 지난달 12일 발표에서 스팩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나눠주는 신주인수권을 특정 상황에서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SEC는 회계 지침 변경을 알리면서 공정가치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회계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스팩은 IPO 때 주식뿐 아니라 주식을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도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부여한다. 향후 스팩이 목표한 회사와 합병한 뒤 주가가 오르면 이 신주인수권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더 사들여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신주인수권은 통상 보통주와 고정된 비율로 교환되기 때문에 회계상 지분 상품으로 처리해왔다.

앞서 SEC는 유명인이 참여한다는 이유만으로 스팩 투자에 함부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투자주의보를 내렸으며 지난달부터 스팩 상장 업무를 맡는 투자은행(IB)의 위험관리 실태 등도 조사하고 있다.

스팩에 쏠린 과도한 관심도 스타트업들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WSJ는 스팩으로 상장한 스타트업에 출자한 투자자들은 성과에 매우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회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수탁책임 위반이나 부적절한 발언, 이사진 분쟁 등의 문제 등으로 소송이 발생하곤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실리콘뱅크은행에 따르면 2020년에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약 50%가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고 42%는 상장 이후 1년간 매출 악화를 예상했다. 미 플로리다 대학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술 분야 스타트업 44개사의 주가는 평균 12.6% 하락했다. 또한 이달 17일 기준으로 주가가 20% 이상 떨어진 기업이 절반 이상이었다.

헤이스 역시 스팩 상장에 대해 “지름길 같지만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WSJ는 이제 스타트업 CEO들이 스팩 대신 전통적인 벤처 자본이나 사모펀드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헤이스는 3~5년 안에 회사가 준비가 되거든 상장에 나서겠다며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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