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76%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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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01. 오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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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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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학회 회원 설문조사

”투기과열지구·거래허가제 등 정부가 집값 상승 시그널 줘”
”공급 부족한데 세금 올리면 오히려 가격이 오른다는 건 매우 기초적인 경제학 원리”
”보유세 강화하면 취득·양도세 완화해야 시작 작동”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이 정부의 정책 실패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경제학회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경제학자의 76%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수도권의 주택 가격 폭등 현상의 주요 원인이 재건축 억제로 주거 선호 지역의 공급 확대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용 장기 보유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데 있다”는 의견에 대해 답변자의 30%가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했고, 46%가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한국경제학회는 2000여명의 회원 중 청람상·한국경제학술상 등 수상자, 경제학회 학술지 편집위원 등 국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73명의 학자들로 패널을 구성하며, 경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번에는 패널 가운데 37명이 응답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시그널 준 것”


‘강하게 동의한다’고 응답한 김준성 경희대 교수는 “특정 지역들을 추가로 꼽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거나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시행해 국민에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은, 주택시장의 개별 거래주체보다 정보가 많은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조처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선호 지역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허정 서강대 교수는 “선호하는 주택의 공급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각종 세금을 무겁게 부과하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매우 기초적인 경제학의 원리”라고 했다.

반면, 16%는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 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재건축 억제,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 활성화 조치들이 발표되기 전인 2017년 2월부터 이미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만큼 이런 조치들이 가격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는 없다”면서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지속한 초저금리와 늘어난 부동자금”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 잘못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는 데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경제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선호지역 공급 확대하고, 거래세 부담 완화해야”


경제학자들의 절대다수(78%)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주거 선호 지역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성태윤 교수는 “주거 선호 지역에 대한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 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윤경수 가천대 교수도 “주택 가격 안정화가 제1의 정책 목표가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도 “소득이 충분한 사람이 그에 걸맞은 주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주거 선호 지역에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그나마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자의 56%는 보유세는 강화하되, 취득세와 양도세는 완화하는 게 맞는다고 답했다.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리는 정부 방침에 경제학자의 절반 이상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윤미경 가톨릭대 교수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모두 강화하는 것은 정책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게 한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하면 취득세와 양도세를 완화해야 부동산 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 부담 상승…서민·청년층 주거 안정이 정책 목표여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임차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경제학자의 72%가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성태윤 교수는 “사실상 전세 공급을 줄여 전세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른 월세 이전 과정에서 월세 가격도 높아지며 전반적으로 전·월세 시장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될 것이라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한 최승주 서울대 교수도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 3법은 필요하다”면서도 “임차인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완화할 섬세한 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가 ‘서민 및 청년층 주거 안정’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주택 가격 안정’(23%),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9%)이 뒤를 이었다. ‘불로소득 환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답변한 경제학자는 없었다.

[안중현 jhah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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