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일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인 지능형(AI) 정부 구축 사업에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그 세부 과제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등 블록체인 활용 실증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중개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공인중개사 없이 당사자끼리만 협의해서 계약하게 되면 중개사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계속된 규제로 일거리가 줄었고 업무 내용도 까다로워져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가 아예 일거리를 빼앗아버리는 것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강력히 항의했다. 협회는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에 결사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시위 등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공인중개사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능화하는 부동산 거래 사기를 방지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정에 밝은 개업 공인중개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현장 실사가 필수적"이라면서 "중개인 없는 거래 운운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며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날 박용현 협회장의 국회 앞 1인 시위를 필두로 전국 지역별 릴레이 시위와 민주당사 앞 집회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내용을 반대하는 민원이 올라왔고 사흘 만에 6만7천명 이상이 동의했다. 대부분 공인중개사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작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정부 부처는 없다. 모두 '우리 사업이 아니다'라고 선만 긋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중개사 없는 주택 거래 시스템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예산안 자료를 낸 기재부는 과기정통부에서 낸 자료를 취합했을 뿐 세부 내용은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도 중개사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 구축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 중요 관심사가 들어있는 내년도 예산안 자료가 발표되는데 주무나 관련 부처들이 자신의 업무 내용이 어떻게 반영돼 공개되는지 사전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실제로 이 같은 내용의 정책 추진을 타진하다 공인중개사 업계의 반발에 슬그머니 접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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