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밀 대피소’ 코로나 집단감염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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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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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밀접·밀집 환경에 불안 증폭
집중폭우로 3000명 이재민 발생
대피소 방역은 지자체가 떠맡아
창문 없고, 발열체크도 기계 의존
전문가 “집단감염 딱 좋은 환경”
무증상 확진자 추가 전파 우려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에 머무르는 이재민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발생한 이재민만 현재 3032명이다. 특히 서초구에서 지난 9일 한 아파트 지하상가가 침수되며 이재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동작구 320명, 관악구 189명 등이다.

이재민들은 각 자치구가 임시로 마련한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연일 15만명 안팎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재민들 사이 ‘집단감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대피소별 방역을 각 자치구에 일임한 상황이 이런 위험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오후 헤럴드경제가 찾은 대피소들에선 실제로 방역 조치가 미비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체육관 등을 대피소로 활용하는 터라 창문이 없어 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보건 인력이 배치돼 있어도 코로나19 증상을 상시 확인하진 못 하고 있었다.

동작구에 위치한 길이 30m, 너비 25m 크기의 A 대피소엔 지난 9일부터 누적 120명의 이재민이 다녀갔다. 창문 없이 밀폐된 내부에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실내를 하루에 한 번 소독하고 있고, 발열 체크는 정문에 비치된 기계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머무른 2시간 동안 발열 체크 기계 앞에 서는 사람은 없었다. 대피소에 이틀째 머물고 있다는 50대 여성 김씨도 “증상 체크를 따로 해주는 직원을 만나본 일은 없다”고 답했다.

중학교 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강남구 B 대피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간이 천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대부분이 입구를 열어 놨다. 이곳 크기는 길이 28m, 너비 18m로, 95명이 숙박 중이다. 지역 보건소에서 나온 인력이 파견돼 있었지만, 이재민들이 코로나19 증상을 보고하면 자가진단키트를 지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보건 관계자는 “오후 근무 동안 이재민 1명이 키트를 가져갔다. 결과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치구가 한정된 인력을 동원하고 있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대피소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침수 현장의 가구나 시설들도 지원을 나가 소독을 하고 있다. 대피소에 배치된 인원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동작구 대피소 관계자 역시 “원래는 직원 9명이 상주 해야 하는데 7명은 침수 현장에 동원되고, 2명만 여기 있다”고 전했다.

대피소 17곳을 운영하고 있는 관악구의 경우 주민센터 간호사가 상주하며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방역과 관련해선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재확산 상황을 막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민들이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고 생활하며 사실상 ‘가족 감염’ 수준으로 전파력이 높아질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치구가 알아서 하라는 건 사실상 재확산 방지에 손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 대피소들은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실내에서 선풍기나 에어컨만 틀고 있다면 에어로졸 감염 위험성도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확진자가 일일 15만명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인데 폭우 상황까지 겹쳐 (재확산) 정점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고령층 위주로 PCR 검사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대피소 내 감염도 문제지만, 무증상 확진자가 대피소에서 나가 다른 곳에 전파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작 방역 상황을 총괄해야 할 방역당국은 이재민들에게 방역 수칙을 준수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0일 발표한 ‘수해지역 방역수칙’에서 “대피소에 거주하는 경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추가 방역대응이나 물자지원은 지자체들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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