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반영도 안됐는데…실업급여 月 7819억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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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0. 오전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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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실업대란 시작돼
3월 지급액 더 크게 늘 듯
< 실업급여 신청서 작성하는 실직자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폐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이 781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직자들이 9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실업급여 신청서를 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가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인 7819억원을 기록했다. 실업급여 집계는 상당 부분 전월 실직 기준이라는 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업대란이 현실화하면서 다음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90억원 늘어났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0만7000명으로 같은 기간 2만7000명 늘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 지급액 급증은 올해 2월 고용센터 업무일이 작년 2월보다 사흘 많았고 지난해 10월부터 지급액과 지급 기간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무일 변동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지난달 지급액은 517억원, 신청자는 1만1000명이나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업대란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에 인건비 지원을 요청하는 사업장이 매일 1000곳 이상이고, 예약 급감으로 폐업한 여행사도 최근 한 달 새 100곳이 넘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상용직과 임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여서 노동시장 전체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취약한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집계조차 안 된다는 설명이다.
"텅빈 식당 보다못해 그만둬…사장님이 울면서 권고사직 처리"
코로나 충격 반영 안됐는데…지난달 실업급여 역대 최대


“사장님이 일이 없다고 며칠 쉬라더니 문자메시지로 그만두라고 하네요.” “외환위기, 금융위기 다 겪어봤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에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6일 서울 성남 등 수도권 고용센터를 취재한 결과 어느 곳 할 것 없이 ‘실업급여 초기 상담’ 창구는 북새통이었다. 반면 새 직장을 찾는 취업지원 창구는 텅 비어 있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판단이다. 고용부는 9일 관련 통계를 발표하며 코로나19가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은 3월 통계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업급여 창구 ‘북적’

6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고용센터에는 평소 같으면 줄지어 입장하는 실업급여설명회장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집체교육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교육만 없을 뿐 대기표를 뽑고 실업급여 상담을 기다리는 실직자가 어림잡아도 30명 안팎이었다. 강서고용센터 관계자는 “연말에 고용계약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아 연초에 상대적으로 몰리기는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평소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며 “강서구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많은 곳이라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센터에서 만난 실직자들은 한결같이 코로나 사태에 혀를 내둘렀다.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과 숙박·음식업종은 물론 내수판매가 줄며 직장에서 내몰린 제조업 근로자, 공사가 중단되자 일감을 찾지 못하는 건설업 종사자까지 실직자의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고용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성남고용센터에서 만난 화장품 방문판매업체 직원이었던 30대 박모씨는 “온라인 쇼핑 때문에 이전에도 힘들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회사가 사실상 폐업 단계에 들어갔다”며 “2년 넘게 일했는데 근무기간이 짧은 직원부터 그만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용센터를 찾아온 50대 김모씨는 서울역 내 유명 도넛매장 사원이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 폐점이 돼 함께 일하던 직원 네 명이 모두 실직자 신세”라며 “한동안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울 텐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영세 사업장과 임시·일용직 등 취약 일자리부터 덮치고 있는 모양새다.

눈물겨운 사연도 있었다. 한 대형 음식점에서 3년 넘게 일했다는 50대 김모씨는 자발적으로 퇴사했지만 실업급여를 받게 됐다. 김씨는 “장사가 전혀 안 되는데도 사장 언니가 그만두라는 말을 못하기에 제가 나중에 형편 풀리면 만나자며 먼저 그만둔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울면서 ‘실업급여는 받아야지’ 하면서 권고사직 처리를 해줬다”고 말했다.

“잘라도 되나요” “부당해고 당했어요”

실업대란의 징후는 고용센터 외에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구인구직 사이트, 업종별 커뮤니티 등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사업주들은 매출이 급감했는데 직원을 내보내도 되는지, 근로자는 부당해고를 당한 것 같은데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등을 묻고 답하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특히 단기 아르바이트와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나 근속 3개월 미만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하더라도 별다른 구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당해고 관련 구제신청 담당기관인 노동위원회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아직 한창이라 대면접촉을 꺼리는 분위기여서 진정이 급증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조만간 사업주의 휴업수당 감액 요청,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감원 대신 휴업·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 사업주에게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곧바로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매일 1000건 이상 몰려들고 있다”며 “취업지원, 근로감독 인력을 기업지원 업무로 전환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노경목/구은서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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