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첼리스트 홍진호

입력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김종호 논설고문

“짐승의 울음처럼 가슴 깊이 파고드는 울림이 강렬했다. 몸에 전율이 인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음색이 어찌나 멋있던지 그 소리를 평생 갖고 싶었다. 부모님께 무슨 악기인지를 물었다. 첼로라고 했다. 한 달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사달라고 떼를 썼다.” 첼리스트 홍진호(36)가 강원도 춘천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는 우연히 음반을 통해, ‘현대 첼로의 화신(化身)’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등으로 불린 러시아 출신의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연주를 들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3악장이었다. 그 감동이 35만 원짜리 첼로를 처음 손에 쥔 배경이다.

첼로에 대한 남다른 그의 애정과 집념이 하루에 잠을 서너 시간만 자면서 엉덩이가 짓무를 만큼 연습한 그를 서울예술고와 서울대 음대 졸업으로 이어지게 했다.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이 스카우트 제의도 했지만, 독일 소도시의 뷔르츠부르크 음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방한 연주를 듣고 반했던, 그 대학의 니클라스 에핑어 교수를 사사(師事)하고 싶었다. 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지의 국제콩쿠르에서 1∼2위를 하고, 유럽에서 정통 클래식 연주자로 활동하던 그는 2016년 귀국 독주회를 열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첼로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서, 2019년 오디션 프로그램인 JTBC ‘슈퍼밴드’에 나갔다. 방송 과정에 아일(보컬·건반), 하현상(보컬·기타), 김영소(기타) 등과 함께, 드럼은 없고 첼로가 두드러지는 4인조 밴드 호피폴라(Hoppipolla)를 결성해 우승했다. 그가 밴드 활동과 독자 활동을 병행하며, 클래식과 팝을 융합한 네오클래식 장르를 통해 첼로 연주를 더 대중 친화적인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계기다.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을 비롯한 네오클래식과 재즈·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한 그의 지난해 8월 단독 공연 ‘Summer Breeze : Purify’의 실황, 재즈로 편곡한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등을 담은 첼로 음반이 지난 7월 13일 나왔다. 그의 이런 말도 생각나게 하는 연주가 신선하다. “첼로로 감동을 줄 수만 있다면 어떤 도전도 마다하지 않겠다. 첼로 본연의 음색을 제대로 전하는 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