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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에서 경험한
파리의 아름다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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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조쵸

공식

2017.11.13. 02:544,924 읽음

그곳에 다시 가야겠다. 
당신과 함께.

파리를 발아래 두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송아지 스테이크를 썰어 먹고, 와인을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살면서 한 번쯤은 꿈꿨던 그림이다.

리와인드, 그곳에 들어서기 전엔 단순히 ‘좋은 추억 하나 남기고 가겠네’라고 생각했다. 패스트 포워드, 그곳에서의 저녁 식사는 꽤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주었다.

[파리 맛집] 퐁피두 센터 옥상의 '인생 레스토랑'

인생에서 한 번쯤? 노! 살면서 최대한 많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낭만적인 식사를 해야겠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즐겨야겠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루라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 데려가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바다 위의 부표처럼 퐁퐁 떠오른다.

찬란하고 위대했던 그곳은 프랑스 파리 도심 한가운데 있는 ‘조르주 퐁피두 국립 예술문화 센터(Centre georges pompidou)', 다시 그곳의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 카페 조르주(Restaurant Café Georges)’다.

조르주 퐁피두 센터
Place Georges-Pompidou, 75004 Paris,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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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퐁피두 센터부터 간략히 설명하자면, 파리의 유명한 복합 예술 문화 센터다. 음악, 미술, 영화, 공연 등 각종 이벤트가 열리고 그와 관련된 서적이 한가득 있다.

이곳을 기획한 이는 프랑스의 19대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다. 건물 이름은 그의 이름을 그대로 따랐다. 1960년대 후반 새로운 예술 도시로 급부상한 런던과 뉴욕에 경계심을 느낀 그는 ‘파리=예술의 도시’라는 공식을 지키기 위해 이 건물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완공 3년 전인 1974년 눈을 감았다.

하지만 유산은 위대한 법. 창자가 밖으로 터져 나온 듯한, 다 지어진 건지 말은 건지 아리송한 모습을 한 퐁피두 센터는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혔다. 건축계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예술품으로 추앙받는 그곳. 그곳의 꼭대기에 오르면 파리 전체가 한눈에 보이고, 에펠탑이 손에 잡힐 듯 살랑거린다.

그리고 한쪽엔 파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카페 조르주(Restaurant Café Georges)’가 있다. 통유리로 된 창밖엔 에펠탑이 돌기처럼 작게 솟아 있는 파리의 스카이라인이 끝없이 펼쳐진다.

테이블마다 갓 만개한 듯 싱싱한 장미꽃 한 송이가 꼿꼿이 고개를 들고 고혹적인 매력을 뽐낸다. 꽃 한 송이가 테이블의 분위기를 이렇게 장악할 수 있다니!

백미는 서빙하는 직원들이다. 장담하는데, 여긴 분명히 직원을 뽑을 때 ‘얼굴’과 ‘몸매’가 우선순위다. 준수함을 넘어 훌륭한 외모를 갖춘 직원들이 저마다 슈트와 드레스를 갖춰 입고 손님을 맞이한다. 영어도 수준급! 이들의 월급이 궁금해지더라.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딱 한 장의 종이에 깔끔하게 이름과 가격만 적혀 있는 이 심플함이라니.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확대해서 보지 마시고 이걸 클릭하면 PDF로 간편히 확인할 수 있다. 언제 또 여기에 와보겠냐는 생각에 비싼 메뉴를 찾았다. 순간 이름 앞에 나선 ‘뷰티풀’이라는 형용사가 눈을 사로잡았다.

BEAUTIFUL PAN-SEARED
VEAL CHOP,
MASHED POTATOES

직역하자면, 팬에 구운 아름다운 송아지 고기와 으깬 감자. ‘맛있는’이 아닌 ‘아름다운’이라니. 이것저것 장식을 곁들인 스테이크 요리일까? 가격은 47유로로 비쌌지만, 분위기와 호기심의 승리였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자.’

‘헐!’ 온갖 상상을 깨는 평범한 비주얼이다. 으깬 감자는 그냥 다른 접시에 ‘툭’ 담겨 나왔고, 고기도 그냥 접시 위에 ‘툭’ 얹혀 있었다. ‘그래도 맛은 있겠지’하며 작게 한 점 썰어 입에 넣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연한 육질의 식감은 좋았지만, 머릿속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질 만큼 맛있진 않았다.

스테이크에 와인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사실 와인의 ‘ㅇ’도 잘 모르지만, 대충 합리적인 가격대의 와인을 찾아 잘 아는 것처럼 주문했다.

마치 즐겨 마시는 듯 쿨하게 시킨 와인은 ‘물랭 드 라 라귄(Moulin de La Lagune)’.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한 ‘샤또 라 라귄’의 세컨드 와인이라고 하는데, 최고급 와인을 아직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정도로 상큼하고 풍부한 과일 항이 머리를 가득 채우며 온몸으로 스며들어 갔다.

조금씩 배를 채우며 친구들과 정신없이 수다를 떨었다. 약간 취기가 오를 즈음 아스라이 보이는 에펠탑이 반짝거리며 빛나기 시작했다.

파리지엥으로 보이는 이들의 눈에도 그 발광이 아름다웠는지, 창가로 다가와 저마다의 스마트폰에 그 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엷게 썬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 난 ‘아름다운’ 송아지 고기를 시킨 게 맞았다.

‘산다는 게 이런 거지. 소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움과 낭만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것. 굳이 에펠탑까진 아니어도 조금만 둘러보면 소소하게 충분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쉬어야겠다.’

다시, 그곳에 가야겠다. 당신과 함께.


글·사진·영상
조디터 joditor@theplacetr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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