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은둔형 외톨이…연령 낮아지고 정책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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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05. 오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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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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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쟁점 진단 세미나[경향신문]

19~39세 청년들 91% 달해
최근 초등생까지 확대‘위험’

6개월 미만 상담 치중 지원
공공·민간 맞춤 정책 시급

은둔형 외톨이와 사회적 외톨이, 사회적 고립인, 고립청년…. 집 안에 틀어박혀 관계 맺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 이른바 ‘히키코모리’를 가리키는 단어들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용어는 이 현상의 다양한 양태를 보여주는 동시에 아직 한국 사회가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회적외톨이지원연대준비모임(준비모임)이 5일 서울 서대문구의 청소년 카페 놀터에서 ‘국내외 은둔형 외톨이 지원 현황과 쟁점 진단’ 세미나를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은둔형 외톨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의 용어 정립 및 범주 등에 대한 합의 필요성과 함께 이들을 위한 공공·민간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준비모임은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해온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이 만든 조직으로, 사회적기업 K2인터내셔널과 GL학교밖청소년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용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문제를 알리는 데 기여했지만 은둔 당사자 개인의 책임과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집안에만 있다’는 의미가 내포된 이 말이 정책적으로 이들의 소외를 부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바깥 활동은 하지만 사회적 관계에선 고립된 사람들은 정책대상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진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들은) 은둔 상태에 있다 벗어날 수도 있고 혹은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다시 은둔하기도 한다”며 “개념 정의가 제대로 돼야 지원 정책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 안에 머물 것이 장려되면서 은둔형 외톨이들이 더욱 은둔하게 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K2인터내셔널 오쿠사 미노루 교육팀장은 “코로나19로 은둔을 편안하게 느끼고 은둔의 책임이 가벼워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기관 16곳이 2017년 조사한 결과 전체 은둔형 외톨이 13만5000여명 중 19~39세가 91%를 차지했다.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최남희씨는 은둔형 외톨이 대부분이 청년인 탓에 복지정책에서 소외되기 쉽다고 말했다. 은둔하는 이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도 지적됐다.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입시 압박을 받는 나이가 어려지면서 실패와 좌절을 겪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가장 위험한 것이 초등학교 4~6학년까지”라고 말했다.

과거 은둔 생활을 했다는 A씨(37)는 “가정·학교폭력을 겪고 12세 때부터 4년 정도 그렇게 (은둔하며) 지냈다”며 “폭력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일어났다면 주변에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저 같은 사람에게도 동료와 집단, 서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존재 가치와 잠재력, 자존을 믿게 되면 어떻게든 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공공·민간 차원의 맞춤 정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윤철경 GL학교밖청소년연구소장은 “13만5000명의 고립인은 최소한의 숫자”라며 “관련 조례 제정이나 사회적 고립인 지원센터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재원 마련과 전문인력 양성,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이창윤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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